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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장애 아들 일터 돌려주오” 어머니들의 호소

등록 2008-12-31 19:27수정 2009-01-01 13:43

‘엠마우스 작업활동센터’에 다니는 장애 자녀를 둔 최아무개씨(왼쪽 두번째) 등 부모들이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거리에서 한 청년에게 “중증 장애인한테도 일할 권리를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엠마우스 작업활동센터 부모회 제공
‘엠마우스 작업활동센터’에 다니는 장애 자녀를 둔 최아무개씨(왼쪽 두번째) 등 부모들이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거리에서 한 청년에게 “중증 장애인한테도 일할 권리를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엠마우스 작업활동센터 부모회 제공
작업활동센터 중증 장애인들 5년 일터 잃어
정부 생산성 중시 탓…탄원서명 6천여명 받아
아들은 마흔, 엄마는 예순일곱.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모자는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 아니, 실은 엄마만 한 살을 더 먹었다. 지적 장애에 자폐성 장애가 겹친 막내 아들은 남들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다. 영영 성장을 멈춘 듯한 자식을 둔 늙은 엄마는 흐르는 세월이 두렵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최아무개씨는 31일에도 차가운 바람을 뚫고 서명을 받으러 나섰다. 지적·자폐성 장애 1급인 40대 아들의 일터를 되찾아 보려는 실낱 같은 소망에서다. 1~2급 중증 장애인 25명에게 5년 동안 소중한 직장이 돼 준 ‘엠마우스 작업활동센터’를 잃는 게 안타까운 탓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생산성·수익성 중심으로 이런 시설들을 재편하기로 한 조처(<한겨레> 12월8일치 10면)에 따른 여파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보호작업장’으로 바뀌어야 해서, 중증 장애인들을 내보내게 된 것이다. 25명 가운데 15명이 작업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선별됐고, 엠마우스 쪽은 다른 근로 장애인들을 뽑고 있다.

최씨의 아들이 일자리를 갖게 된 것은 2004년 봄이었다. 아들은 특수학교를 졸업한 뒤 갈 곳이 없었다. 복지관들은 “너무 중증이라 힘들다”고 했다. 아들은 퇴행을 거듭해 괴성을 지르고, 낯선 이들을 물어뜯곤 했다. 동네 사람들은 “정신병원에 보내라”, “무서워서 같은 아파트에 못 살겠다”고 눈총을 줬다.

그런 세월을 5년 남짓 보낸 뒤 아들을 받아 준 곳이 엠마우스 복지관이었다. 아들은 조금씩 사회성을 되찾았고, 5년 전부턴 일도 하게 됐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자동차 부품도 만들고 꽃에 물 주는 일도 해서, 4천~9천원을 월급으로 가져왔다. 평생 다닐 수 있을 거라는 말도 들었다. 모든 게 기적 같았다.

그러나 이제 이런 기적이 사라지려 한다. 부모들도, 장애인들도, 엠마우스 쪽도 원치 않았지만, 이들은 새해엔 복지관이나 다른 사회적 기업으로 흩어져야 한다. 복지관이 몇 년 동안 다른 프로그램에 넣어 준다고는 하지만, 그 다음엔 대책이 없다.

그래서 최씨를 비롯한 장애인 부모 20여명은 서명을 받으러 나섰다. 어린 손자를 업고 다니며 행인을 붙들거나, 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았다. 이렇게 모은 서명이 6천여명에 이른다.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함께 지내고 싶어요. 이름이 작업활동시설이든, 뭐든 좋습니다. 잘 지내온 이들더러 그만 나가라고 하려면, 그만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부모들은 국가인권위원회, 복지부, 광주광역시청 등을 두드렸지만 뾰족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머리가 희끗한 부모들은 새해에도 또다시 서명지를 들고 길을 나설 작정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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