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직업재활시설 현황과 개편 내역
복지부, 직업재활시설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
일처리 서툰 1·2급 유탄…경쟁속으로 내몰아
일처리 서툰 1·2급 유탄…경쟁속으로 내몰아
이아무개(32·서울 신림2동)씨는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뇌를 다쳤다. 무면허 택시가 할머니 댁에 놀러간 장난꾸러기 유치원생을 들이받았다. 사고에서 깨어난 소년은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인생은 바뀌어 버렸다. 2급은 지능지수가 35~49로, 도움을 받아 단순한 직업 활동만 할 수 있다.
그런 이씨가 지난 10월 동료 9명과 함께 10여년 몸담은 일자리를 잃었다. 보라매작업활동시설에서 색연필 라벨을 붙이거나 수수깡을 색깔별로 포장하는 일이었다. ‘해고’ 사유는 ‘남들보다 작업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씨의 어머니 최아무개(66)씨는 “15년을 날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일했다”며 “오전에만 하는 재활 프로그램반에 넣어줬지만 아들이 ‘청소 일이라도 하면 좋겠다’고 서글퍼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7일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와 장애인 단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1만여명의 중증 장애인들에게 직업훈련을 시키고 ‘보호고용’을 제공하던 직업재활시설들이 비교적 경증인 3급 장애인이나 작업 능력이 뛰어난 이들만 가려 뽑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생산·수익성 중심으로 시설을 재편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곳에 다니는 이들은 74%가 지적·자폐성 장애인이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3년 이내에 직업재활시설의 네 가지 유형 가운데 ‘직업훈련시설’과 ‘작업활동시설’을 보호작업장과 근로사업장으로 단계적으로 바꿔가도록 했다. 이럴 경우에 보호작업장은 장애인들의 월평균 임금을 최저임금 기준(월 85만2천원)의 30% 이상으로, 근로사업장은 8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개편을 서두르는 일부 시설들은 상대적으로 일을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을 작업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이들을 데리고는 정부가 요구하는 성과를 올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씨가 다니던 시설 역시 비교적 중증인 2급 장애인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3급 수준만 받기로 하고 일손이 느린 10명을 작업장에서 뺐다. 새 지침은 이들에게 한 단계 낮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지만, 3~6년이 지나도 작업능력 향상이 안 되면 퇴출을 유도한다.
보호작업장을 운영하는 ‘함께 사는 세상’의 유찬호 신부는 “시설들이 예전과 달리 엄격한 시험으로 중증을 걸러내고 일 못하는 구성원들을 물갈이하고 있다”며 “뾰족한 대안 없이 사업성 강화를 밀어붙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시설들은 장애인 60%에게 10만원 미만의 월급을 줬고, 이씨처럼 월 2만~3만원만 주던 경우도 수두룩했다. 중증 장애인의 단순가공업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도 어렵고, 지속적인 하청 일감을 따내거나 판매처를 찾기도 쉽지 않았던 탓이다. 복지부는 제대로 된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재정과 시스템 뒷받침이 부실해 중증 장애인을 갈 곳 없이 내몰게 된 셈이다.
직업재활시설협회의 은홍수 서울시 부회장은 “밀려난 장애인들은 중증도가 더 심한 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간보호시설엔 맞지 않고 그나마 갈 자리를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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