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인화학교 성폭력’에 92일째 농성 조규남씨
교직원이 청각장애학생들 상습 성폭행
재단 은폐 급급…2명 솜방망이 처벌뿐
무더위 속 싸움 “인권위 권고가 최후보루”
재단 은폐 급급…2명 솜방망이 처벌뿐
무더위 속 싸움 “인권위 권고가 최후보루”
[이사람] ‘광주인화학교 성폭력’에 92일째 농성 조규남씨
“다른 바람은 없어요. 아무런 차별도, 무시도 없이 사람을 꽃처럼 대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15일 광주시 광산구 송정동 광산구청 앞에 설치된 광주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의 농성천막.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92일째 농성을 이어온 조규남(41) 학부모회장의 얼굴에 비장감이 감돌았다.
16일 서울의 청와대와 인권위로 원정시위를 나서기 때문이다. 장기 농성 탓에 허리가 좋지 않아 날마다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깃발·피켓·문건·김밥 등 시위물품을 챙기느라 몸을 추스를 겨를이 없다. 더욱이 이번에는 학부모 10여명이 삭발을 할 작정이어서 평소보다 각오도 결연하고 긴장도 팽팽하다. “예산은 빼먹을지언정 아이들을 괴롭히지는 말았어야지….”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인화학교의 성범죄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이맘때였다. 장애학생을 보살펴야할 교직원들이 대낮에 학교 안에서 과자를 준다거나 얘기를 하자는 식으로 꼬여 상습적으로 몹쓸 짓을 해왔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몇해 사이 교직원 10여명이 10대 초반 장애학생 10여명한테 저지른 성폭행과 성추행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우석재단은 은폐하느라 급급했고, 교직원들은 입을 굳게 닫았다. 가해자 가운데 교직원 2명이 징역 1~2년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나머지는 공소시효와 친고죄 규정에 묶여 유야무야됐다. “교직원들은 돈없고 불쌍한 장애인 학부모들을 으르고 구슬려 합의를 했어요.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시간이 지났다는 둥 고소가 없었다는 둥 해서 빠져나갔어요.”
조씨는 아이한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수없이 주저하고 망설였다. 그러다 이를 방치하면 아이가 어디를 가도 마음놓고 다닐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5월16일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문턱이 닳도록 광주시·광주시교육청·광산구청 등을 들락거리며 정상화를 호소했다. 학생들도 6월23일 비리 교사가 버젓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기 싫다며 ‘수업거부’에 나섰다.
비리척결을 나몰라라 하는 학교 쪽의 안하무인격 태도는 조씨를 더욱 속상하게 만들었다. 조씨는 “지난달 학교 쪽이 남몰래 교장을 선임하자 학부모들이 출근 저지에 나섰다”며 “답답한 사연을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아 할 수 없이 청와대와 인권위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조씨는 21일로 예정된 인권위의 권고 결정에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는 기관에서 석달 동안 조사를 벌인 만큼 법인 인가 취소와 가해 직원 고발 등을 촉구할 것으로 굳게 믿어왔다.
“이 더위 속에 아픈 몸으로 버티고 싸우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아이들한테 죄 지은 사람은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약자들한테도 정의와 권리가 있다는 걸 느끼라고요.”
글·사진 광주/안관옥 기자, 이지원 인턴기자(전남대 정치외교4) okahn@hani.co.kr
글·사진 광주/안관옥 기자, 이지원 인턴기자(전남대 정치외교4)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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