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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얼짱신드롬’의 최대피해자, 아물지 않는 상처

등록 2006-07-20 12:00수정 2006-07-20 19:08

(사)한국화상장애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등지를 돌며 화상환자 사진전과 실태를 알리는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사)한국화상장애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등지를 돌며 화상환자 사진전과 실태를 알리는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화상인, 현실적 차별 받지만 ‘장애’도 ‘보험’도 인정안돼
정상적 사회생활에 ‘현저한’ 차별과 장애를 경험하지만,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배려와 혜택도 없다. 사회생활에 큰 장애를 주는 ‘상처 부위’를 치료하려면, ‘미용수술’이라며 ‘보험’ 적용도 안된다. 더욱이 갈수록 사회는 ‘생김새’를 강조하며 ‘얼굴이 경쟁력’이라는 ‘얼짱’ 바람이 강해지고 있다. ‘노출의 계절’에 젊은 남녀들의 노출은 전에 없이 과감하다. 그럴수록 불에 덴 고통스런 상처는 다시 그 고통을 되살려낸다. 더이상 피부에서 화농과 진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상처는 아물지 못한다. 개인과 가족의 노력만으로 그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없는 탓이다. <한겨레>는 7월 한달 동안 수도권 일대에서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상처입은 그들’을 만나보았다. <편집자>

(사)한국화상장애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등지를 돌며 화상환자 사진전과 실태를 알리는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화상인들은 얼굴의 60% 이상 화상을 입을 경우 장애인에 포함된다. 온 몸에 흉칙한 흉터가 남아도 기능에 장애가 없으면 장애인이 될 수 없다. 김미영 기자
(사)한국화상장애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등지를 돌며 화상환자 사진전과 실태를 알리는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화상인들은 얼굴의 60% 이상 화상을 입을 경우 장애인에 포함된다. 온 몸에 흉칙한 흉터가 남아도 기능에 장애가 없으면 장애인이 될 수 없다. 김미영 기자
◇ “‘얼짱 문화’의 피해자는 화상장애인”

“‘얼짱 문화’의 피해자는 화상장애인입니다. 누구나 화상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데, 화상인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만 합니다. 장애등급은 비현실적이고, 치료시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회진출의 벽은 높고, 사람들의 인식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김효진(26)씨는 첫돌이 갓 지난 뒤 뜨거운 물에 전신 65%가 화상을 당했다. 석달 동안 치료와 수술을 받고 퇴원했지만,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 왼쪽 팔과 가슴, 다리 등에는 흉물스러운 흔적이 남아 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 고민하다 자살 충동에도 여러번 휩싸였다. 제대로 된 사회생활이나 연애나 결혼을 평생 꿈꿀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주변의 싸늘한 시선도 김씨를 힘들게 했다.

“화상의 고통은 인간이 참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해요. 하지만 더 힘든 것은 화상이 남긴 흉측한 상처와 진료비 청구서죠. ‘징그럽다’는 사람들 외면 때문에 성형수술을 고려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수술비만 수천만~억대에 달합니다. 그림의 떡이죠. 화상 흉터로 학업이나 사회 진출의 길이 막히는데도 화상인들은 장애등급마저 받을 수 없으니 더 문제예요. 집안에 화상환자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그 가정은 풍비박산이 됩니다. 그런데도 화상인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아주 미미합니다.”

(사)한국화상장애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등지를 돌며 화상환자 사진전과 실태를 알리는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역에서 전병준 협회 사무국장이 지나가는 시민에게 화상장애인의 실태와 처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사)한국화상장애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등지를 돌며 화상환자 사진전과 실태를 알리는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역에서 전병준 협회 사무국장이 지나가는 시민에게 화상장애인의 실태와 처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 “화상환자가 장애인이 아니라고?”
화상환자 평균 1488만원 치료비 부담, 1인당 1123만원 빚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화상 사고는 자주 일어난다. 화상 부위가 넓지 않고 상처가 크지 않아 며칠 뒤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김씨처럼 어떤 이들은 평생 그 흔적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화상환자는 2003년 35만8917명, 2004년 38만2484명, 2005년 40만178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사)한국화상인협회는 화상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전국 20만명, 안면 및 노출 부위의 화상흉터로 사회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 사람은 7만명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화상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화상환자들에 대한 장애인 등록의 벽은 여전히 높다. 한강성심병원 오원희 사회복지사가 화상환자를 많이 수용하는 3개 병원의 화상 환자 2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화상환자 1인당 평균 1488만원의 치료비(본인부담금)를 부담하고 있고, 평균 8.25개월 동안 평균 3.63회의 수술을 받았으며 평균 1123만원의 빚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상환자의 치료과정에서 사용되는 사체피부나 인공피부·배양피부의 경우 1장(20cm×10cm)당 100만원을 넘는 고가의 재료로 수술비가 많이 드는데다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장애인 의료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화상환자가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길을 열어놓긴 했지만, 장애인복지법은 화상 자체를 장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행 장애인 판정기준은 신체적 장애(지체·절단·관절·지체기능·변형, 뇌병변·시각·청각·언어·안면, 신장·심장·간 기능, 호흡기·장루 및 요루·간질 등)와 정신적 장애(정신지체·지능지수 70 이하·정신분열·반복성우울·자폐증 등) 등 15가지다.

화상환자는 안면부의 60% 이상(3급은 75%, 2급은 90% 이상)의 조직에서 비후, 함몰, 위축 등의 변형과 코 형태의 2/3 이상이 없어져야만 4급 장애로 인정한다. 온몸과 얼굴에 화상 흔적이 남았더라도 얼굴의 60%를 넘지 않거나 눈, 코, 귀, 입 등의 변형이 있더라도 기능에 문제가 없을 경우, 온몸에 화상의 흔적이 남았음에도 얼굴이 제외된 경우 장애등급을 받을 수 없다. 2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중증 화상환자 가운데 1/20인 1천여명만이 장애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화상환자 대부분은 장애수당이나 장애아동부양수당, 장애인자녀 교육비와 장애인 의료비 지원, 장애인 자립자급 대여 등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자동차 LPG연료 사용이나 각종 세금 혜택 등도 받지 못한다.

취업을 포함한 사회생활의 길도 ‘좁은문’이다. 얼굴, 손, 목 등의 노출 부위에 심한 화상흉터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다. 입학과 취업, 사회적 인식 등에서 다른 장애인들이 ‘배려’를 받는다면, 화상환자들은 ‘배려’대신 ‘차별’을 맛본다.

전병준 협회 사무국장은 “팔이나 다리 등 노출되는 부위에 심각한 화상 흉터가 있는데도 엄격한 장애인 규정 때문에 신청 자체를 못하고 있는데, 화상장애인 법령을 제정하거나 기존 장애인 등급을 보완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독일 등은 화상 치료 및 수술, 재료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한국화상장애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등지를 돌며 화상환자 사진전과 실태를 알리는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화상인들은 얼굴의 60% 이상 화상을 입을 경우 장애인에 포함된다. 온 몸에 흉칙한 흉터가 남아도 기능에 장애가 없으면 장애인이 될 수 없다. 김미영 기자
(사)한국화상장애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등지를 돌며 화상환자 사진전과 실태를 알리는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화상인들은 얼굴의 60% 이상 화상을 입을 경우 장애인에 포함된다. 온 몸에 흉칙한 흉터가 남아도 기능에 장애가 없으면 장애인이 될 수 없다. 김미영 기자
◇ “화상수술이 재건수술이 아니라 ‘미용 성형’이라 보험 안돼”

화상환자들의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혐오스런 흉터를 완화할 수 있는 길은 ‘바늘구멍’이다. 재건수술(피부이식이나 상꺼풀 등의 수술)을 통해 흉터를 완화시켜줄 수 있지만, 수술비 자체가 수백만~수천만원으로 비싼데다 ‘미용 성형’으로 분류되면서 건강보험 제외대상이다.

현행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기준규칙’에서는 ‘관절운동의 제한이 없는 흉터 성형술 등 외모개선 목적의 흉터제거술’의 경우 비급여대상(제9조 제1항)에 분류돼 있다.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한 화상환자들의 흉터조직을 완화하기 위한 재건수술은 ‘성형수술’로 간주되는 것이다.

전병준 협회 사무국장은 “화상환자에게 필요한 성형수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선택적인 미용수술이 아니라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상태를 사고 전의 상태로 복구하고자 하는 재건수술”이라며 “수술을 받는다 해도 기능적·미용적 추형 상태를 완화하는 정도이고, 정상적피부로의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성형으로 보는 것은 화상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화상인들은 몸의 흉터가 노출될 경우 주위의 혐오·냉담한 반응으로 흉터 자체가 사회생활에 큰 장애로 자리잡고 있고, 땀구멍 등이 제 기능을 못해 수 년에 걸쳐 피부재건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비싼 수술비로 인해 수술조차 받지 못한다면 기본적인 사회생활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라며 “현실에 맞게 비급여대상을 개정하고 화상 재건수술시 합리적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년 전 얼굴과 목, 상체에 2~3도 화상을 입은 이창호(24)씨도 “지금까지 치료비로 5천만원 가량이 들었지만, 예전의 모습은 찾지 못했다”며 “화상 후유증으로 정상적 사회생활이 불가능한데도 장애등급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상 흉터를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한 수술도 ‘미용성형’으로 분류돼 건강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데, 이는 ‘이 땅에서 환자들은 살지 말라’는 뜻 아니냐”며 “장애인등록이 안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는 수많은 화상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장애인 등급 재조정과 성형시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한국화상장애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등지를 돌며 화상환자 사진전과 실태를 알리는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삼성역에서 시민들이 화상장애인 관련 설문과 화상장애인법령 제정을 위한 서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김미영 기자
(사)한국화상장애인협회는 이달 내내 수도권 등지를 돌며 화상환자 사진전과 실태를 알리는 ‘화상인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삼성역에서 시민들이 화상장애인 관련 설문과 화상장애인법령 제정을 위한 서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김미영 기자
◇ 화상치료 전문병원 북미지역 159곳, 한국엔 4곳뿐 그것도 모두 서울에

화상인 치료를 위한 전문병원과 전문인력도 태부족이다. 후유증이 심각한 화상의 경우 사고 후 응급처치와 전문적인 치료가 필수적임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치료의 어려움과 비현실적인 의료수가 때문에 치료 인력과 전문병원이 크게 부족하다.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지역은 159개의 화상치료전문병원이 설립돼 지역마다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만 해도 50곳이 넘는다.

현재 국내의 화상전문병원은 한강성심병원, 구로성심병원, 한일병원, 베스티안병원 등 네 곳뿐이다. 이들 병원마저 모두 서울에 위치해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화상환자가 지방에서 발생했을 경우 제대로 된 초기치료를 받기 힘들다. 상처가 깊은 위급환자의 경우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서울에 있는 전문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되거나 패혈증 등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전병준 국장은 “전문인력뿐아니라 화상에 필요한 거즈 같은 기본적인 치료도구조차 구비하지 않은 종합병원이 대부분이어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쫓겨나기 일쑤”라며 “응급치료가 화상환자의 상태와 의료비 부담을 좌우하는 만큼 전국적인 화상환자 응급시스템과 함께 지역별 화상전문병원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화상환자인 한상교 화상인협회 회장도 “체계적인 화상환자 전달체계, 화상치료 전문인력 및 치료시설 확보와 화상환자의 재활치료까지 가능한 화상전문병원의 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제도적으로 의료보험수가의 현실화를 포함한 현행 의료제도의 보완을 통한 전반적인 화상치료 수준의 향상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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