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실수로 화상을 입은 이창호씨. 그는 얼굴과 목 등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여전히 얼굴에 심각한 흉터가 남아 있지만 현행 장애인법의 모순으로 장애인 등급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김미영 기자
이창호(24)씨는 한마디로 ‘잘 생긴’ 청년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뒤 방송 엑스트라 활동을 하며 연기의 꿈을 키워갔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고,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젊음과 패기가 넘쳐 흘렀다.
사고는 순간이었다. 2년 전 실수로 난로쪽으로 쓰러져 뜨거운 물을 덮어쓴 그는 얼굴과 목, 상체에 2~3도의 화상을 입었다.
“모든 것을 바꿔놓았어요. 꿈은 사라졌고, 극심한 대인기피증에 시달렸어요.” 다섯달에 걸친 치료도 그를 사고 전 상태로 돌려놓지 못했다. 수술로 상체와 붙은 팔을 떼어내고, 최근까지 여섯번에 걸쳐 얼굴과 목 수술도 했지만 피부엔 심한 흉터가 남아 있다. 여전히 그의 턱엔 커다란 붕대가 자리잡고 있다.
“한눈에 보일 정도의 화상흉터가 얼굴에 남아 있지만 전 장애인 등급에 포함되지 않아요. 눈·코·입·귀 등이 어그러져도, 기능에 장애가 없다면 현행 법규상 장애인이 될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막대한 치료비였다. 현재까지 5천여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탓에 부모님들에게는 여전히 죄를 지고 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대인기피증이 심해져 지난해 10월까지는 창문에 신문지를 붙여놓고 햇빛조차 보지 않으려 했다.
“꿈도 사라졌고, 화상 치료시 겪는 고통과 무엇보다 흉하게 변해버린 제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수면제를 한달간 모아 자살을 시도했지만 수포로 돌아갔어요.”
현재 그의 상태는 100%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협회 내 휘닉스팀장(공연팀)으로 일하면서 심적 고통은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숨쉬기가 힘들고 무엇보다 흉터로 인한 고통이 크다.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길은 여러 차례의 피부재건 및 성형 수술이다. 앞으로 족히 1억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도 ‘건강보험 지원’ 등 최소한의 혜택은 받을 수 없는 처지다. 그가 행할 수술이 일반인들이 예뻐지기 위해 하는 ‘미용 성형’과 같은 것으로 보고 있는 탓이다. 그는 이런 상황이라면 “나 같은 사람은 살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화상인들의 실태에 대한 통계조차 없는 정부나 화상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 분위기, 제대로 된 화상환자 응급 및 치료, 재활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더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제가 인생의 낙오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치지 않은 사람보다 더 꿋꿋하게, 잘 살아야 한다는 오기가 생겼죠. 화상을 입고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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