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2일 대관령 자락에 피어난 야생화가 밤새 내린 봄눈에 움츠려 있다. 연합뉴스
2021년 5월28일 전국 곳곳에 요란한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잠실 사거리에서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비는 오후에 잠시 그쳤다가 밤부터 내일 새벽 사이 다시 내릴 것으로 관측됐다. 연합뉴스
지난 100년 중 가장 빨리 꽃이 필 만큼 더웠던 3월, 한파와 초여름 날씨가 뒤섞였던 4월,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내리며 기온을 끌어내린 5월. 올해 봄 날씨도 변화무쌍했다.
기상청은 8일 ‘2021 봄철 기후변화 분석’을 발표했다. 3월 기온은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6℃ 높은 8.7℃였다.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은 봄 날씨에 서울에서는 평년이면 4월8일에 개화하던 벚꽃이 3월24일에 피었다.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이른 개화였다. 반면 5월 최고 기온은 역대 4번째로 낮았다. 평균 기온 16.6℃로 1995년 16℃ 이래 가장 낮았다. 4월에는 한파와 더위가 공존했다.
올해 봄은 저기압의 영향으로 1973년 이후 7번째로 비가 많이 내렸다. 특히 삼일절에는 올 봄 중 가장 많은 비나 눈이 내렸다. 5월의 강수 일수는 14.5일로 평년(8.7일) 보다 1.7배나 늘었다. 다만 강수량은 역대 7위로 차이가 있었다. 우박 일수도 0.6일로 1위였고, 뇌전(천둥과 번개) 일수도 3.7일로 역대 2위였다.
퍼센타일은 평년 동일 기간의 강수량을 크기가 작은 것부터 나열하여 가장 작은 값을 0, 가장 큰 값을 100으로 하는 수이다. 33.33~66.67 퍼센타일에 해당하는 구간이 평년과 비슷한 범위이다. 기상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반기 봄에 덥고 비가 많이 온 이유는 시베리아 고기압 강도가 약했고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은 라니냐 때문으로 분석됐다. 시베리아 고기압 강도가 약한 이유는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상태에서 북극 지역에 정체된 저기압 덩어리(양의 북극진동)과 제트 기류가 고위도에 형성돼 북극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갇혀있었기 때문이다. 또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 상승 기류를 탄 대기가 한국 주변에서 하강하며 비를 불렀다.
봄철 전반기(3월~4월 상순) 전 지구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후반기의 봄이 선선하고 비가 자주 온 이유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왔고, 평년보다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에서 유입된 다량의 수증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와있던 찬 공기와 만나 대기가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전반기와 달리 차고 건조한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온 이유는 일시적으로 북극 기온이 오르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러시아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우랄산맥 부근의 따뜻한 공기덩어리가 정체해있었기 때문이다.
봄철 후반기(4월 중순~5월) 전 지구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올 봄 이상기후는 전세계 곳곳에서 기록됐다. 3월1~2일 한국 강원도는 90㎝ 폭설로 인한 교통사고로 1명이 사망했다. 같은 시각 인도네시아의 자바주 동부에서는 홍수로 하천이 범람해 21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페루 북부는 3월21일 홍수와 산사태로 5명이 사망하고 3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반면 대만은 56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3월24일 물 공급 경보를 발령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뜨거운 3월을 보내며 3월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도시가 곳곳에서 나왔다. 미국 앨라배마주는 3월25일 토네이도로 주택이 붕괴해 5명이 사망하고 3만5천여명이 정전 피해를 봤다. 4월3일부터 열흘 동안 남동부 지역에서도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130만 가구가 정전됐다. 미국 북동부 지역은 4월16일 10㎝ 눈이 쌓여 4월 관측 이래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4일 한국 제주 한라산에는 301.5㎜의 폭우가 내려 156편의 항공기가 지연·결항됐다. 지난달 19일에는 인도 서부에서 태풍 ‘타우크태’로 120여명이 사망·실종되고 이재민 1만6천여명이 생겼다. 러시아 모스크바는 지난달 17일 60여년 만에 5월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북한의 올 봄 평균 기온도 평년(8.2℃)보다 높은 9.7℃였고 강수량도 평년(142.8㎜)보다 많은 235.8㎜였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