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가 열리는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등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정상회의 포스트에 당근 색깔의 물감을 뿌리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말로만 행동하는 척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버리고 있다’라며 경고의 의미로 당근을 흔들었다. ‘당근을 흔든다’는 표현은 ‘부당하거나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신호로 온라인 상에서 자주 사용된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1 피포지(P4G) 서울 미래 정상회의’를 앞두고 청소년 기후운동가들이 “지금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존엄한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강화를 촉구했다.
27일 청소년기후행동은 오는 30~31일 이틀 간 서울 정상회의가 열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디디피 앞에 썩은 당근 217㎏을 쏟아 부었다. 당근은 청소년이나 청년들 사이에서 ‘위험하거나 부당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조용히 당근을 흔들어달라’는 인터넷 밈으로 활용된다. 썩은 당근을 쏟는 것은 정책 결정권자들이 말로만 행동하는 척 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을 낭비하는 현 상황이 위급하다고 알린다는 의미다. 217㎏은 청소년기후행동이 정부에 요구 중인 2030년 엔디시 최소 감축량인 217MtCO2(메가이산화탄소톤)를 의미한다. 경상북도의 한 당근 판매지에서 폐기된 당근들을 활동가들이 운송비 8만원가량을 지불하고 직접 얻어왔다고 한다.
청소년 기후운동가들은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포함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유진(19)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과연 우리나라가 피포지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 파트너십을 개최할 자격이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은 피포지 정상회의 참여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현재 2030 엔디시는 지난 2016년 유엔에 제출한 것과 산정 방식만 다를 뿐 동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이 기후 대응을 선도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청소년이 경험하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윤현정(17) 활동가는 “폭염이나 태풍과 같은 기후 재난 속에서 내가 안전할 수 있을지 우리 가족이 지금과 같은 일상을 누릴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예견된 재난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코로나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평범하고 사회적 권력도 없지만 나름의 소중한 것이 있다. 약자라도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도록 세상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림(28) 비청소년 활동가는 “청소년을 포함한 모두에게 기후위기는 죽고 사는 생존의 문제”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입으로만 아닌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에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와 베트남 붕앙2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2030년 NDC를 2017년 배출량 대비 70% 이상 강화 △정의로운 전환 대책 마련 △누구도 배제되지 않기 위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글·사진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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