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 본 고리 원전 전경. 연합뉴스
지난 23일 부산시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2호기 정지 사고는 한수원이 자체 정비작업 표준절차서 규정만 제대로 지켰으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고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조사와 안전성 확인이 마무리돼 재가동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고리2호기는 당시 정상운전 중 발전기에서 소내보조변압기 사이의 전류차를 측정하는 종합 비율차동계전기가 작동해 터빈이 정지한데 이어 원자로까지 자동 정지됐다.
원안위 조사 결과 터빈과 원자로를 정지시킨 계전기 작동은 발전소 이중울타리 개선 공사에 동원된 대형 크레인이 공사 자재를 옮기려고 펼치던 크레인 붐이 345kV 고압 송전선에 근접하면서 ‘섬락 현상’을 일으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섬락은 절연물을 끼워 놓은 두 도체 사이에 불꽃이 튀는 방전이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원안위는 조사 과정에서 한수원이 울타리 개선 공사에 앞서 자체 정비작업 표준절차서에 명시된 사항을 적절하게 검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한수원은 작업지시서에 크레인 사용에 따른 위험 정보(고소작업·중량물 체크·위험작업 관련 사항 등)를 기재하지 않았고, 송전선 부근에서 크레인 설비를 이용하는데 따른 위험도를 적절히 검토하지 않았다.
특히 표준정비절차서에 따라 작업 현장에 반드시 입회해야 하는 한수원 감독자가 현장에 없었을 뿐 아니라 크레인 붐을 펼칠 때 위험 요소를 확인해야 할 신호수도 본래 업무가 아닌 교통통제 업무만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감독자와 신호수가 제 역할을 했더라면 크레일 붐이 송전선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접근해 섬락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한수원이 재발방지대책으로 송전선로 주변 크레인 작업금지구역 설정 등의 단기 대책을 완료하고 중장기 대책으로 특수장비 사용작업 관리 강화를 위한 표준정비절차서 개정, 특수차량 출입 절차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임을 확인했다”며 “한수원의 재발방지대책 이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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