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과 해외 석탄산업 투자 중단을 약속했다. 하지만 다른 주요국과 달리 구체적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했고, 기존에 계약한 해외 석탄산업 투자는 계속 하기로 했다. 기후·환경단체들은 이런 문 대통령 발언을 두고 “알맹이가 없다”거나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청소년기후행동 “실질적인 대책은 모두 빠진 알맹이 없는 약속”
청소년들로 이뤄진 기후운동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은 23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기후정상회의 발언에 실질적인 대책은 안 담겼다. 우리 정부는 너무나 부끄럽게도 거짓 가득한 말들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마치 대단한 노력이나 하고 있는 것처럼 입장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기후 대응을 위해 어떤 의지도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떳떳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고 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7억톤) 대비 70% 이상 감축 설정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베트남 붕앙2 등 기존 해외 석탄산업 투자 철회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 모두 중단 및 전환 대책 마련 등이 문 대통령 연설에 담겼어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이날 이런 주장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기후·환경단체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한 적 없다…대통령 말장난”
문 대통령은 전날 기후정상회의 연설에서 “한국은 지난해, 엔디시(NDC,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의 배출전망치 기준에서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절대량 기준으로 변경함으로써, 1차 상향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후·환경운동 단체에서는 “산정 방식만 달라졌을 뿐 감축 목표의 절대량은 동일했다. 1차 상향은 말장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논평을 통해 “상향은 ‘수치나 한도, 기준 따위를 더 높게 잡음’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엔디시를 통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로 정한 수치는 5억3600만톤으로 언제나 똑같았다”고 했다. 이어 “‘배출전망치 기준’에서 ‘2017년 기준’으로 목표를 도출해내는 방식이 ‘변경’되었을 뿐이다. 대통령은 이런 말장난이나 할 것이 아니라 상향된 감축 목표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어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목표치는 올리지 않고 표시하는 방식만 바꿨다는 것이 세계정상회의에서 내세울 수 있는 말이냐. 이미 2019년에 바뀐 기준을 마치 새로운 ‘다짐’인양 말하는 것은 너무 부끄럽지 않느냐”고 했다.
기후솔루션 “기존 해외 석탄산업 투자도 철회해야”
기후솔루션은 향후 해외 석탄금융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선언을 두고 “마뜩잖다”고 평가했다.
기후솔루션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엔디시 상향 약속은 환영할 만한 일인 동시에 한국의 국제적 지위와 경제 규모에 있어서 당연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해외 석탄산업 지원 중단 선언에 대해서는 “이미 석탄산업은 세계적으로 사양화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정부의 결정은 결단이 아닌 불가피한 결정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세계적인 탈석탄 노력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베트남 붕앙2,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 등 기존 해외 석탄사업들을 결단력있게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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