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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뭐라구요, 종이팩도 재활용 안 한다고요?

등록 2021-03-08 14:58수정 2021-12-30 14:54

환경부, 멸균종이팩 ‘재활용 어려움’ 행정예고
소비자단체 “재활용 가능한데 폐기물 취급”
제조업체에 재활용 쉬운 제품 생산압박 효과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환경부가 두유나 주스 등을 담는 멸균 종이팩을 ‘재활용 어려움’ 표시 대상으로 분류하는 개정안을 예고하자 소비자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하고 플라스틱 대체재로 각광받는 종이팩을 일반쓰레기 취급하는 것은 자원순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환경부는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플라스틱 등으로 이뤄진 몸체에 금속이나 다른 재질이 혼합되거나 두 종류 이상의 재질을 맞붙여 접합한 제품에는 분리배출을 해서는 안 된다는 엑스(X) 표시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표시는 2022년부터 출고되는 제품 포장재부터 적용된다. 이미 생산되는 제품은 2024년부터 추가한다. 종이에 알루미늄이 혼합된 멸균 종이팩도 이에 해당한다.

소비자들은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폐기물로 만드는 개정”이라고 했다. 8일 소비자기후행동은 “얼마든지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폐기물로 만드는 개정안에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김소담 소비자기후행동 활동가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멸균 종이팩 재활용은 번거로울 뿐이지 물에 불려서 알루미늄과 종이를 분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캠페인을 진행해 멸균팩 등 종이팩을 따로 수거한 뒤, 이를 재생 화장지 회사에 전달해 재활용한 경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해 23.5t의 종이팩을 모아 22t을 재활용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종이팩이 플라스틱 대체재로 각광받는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대표는 “종이팩은 해외 연구에서도 탄소 발자국을 제일 적게 만드는 포장용기로 발표되고 있다. 대체재로서 멸균 종이팩 사용이 늘어나게 될 경우를 생각해야 하는데, 개정안대로라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종이팩을 사용하는 자원순환 정책이 오히려 쓰레기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오는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이날 환경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제조업체들이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대표는 “재활용이 힘들다는 표시를 제품에 적으면 자원순환을 촉구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오히려 더 활발해질 수도 있다. 재활용이 잘 안 되는 제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기업 등에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생산하라는 압력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

환경부는 원활한 재활용을 유도하자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자원의 재활용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우선 시민사회 우려를 반영해 멸균 종이팩 등 일부 품목을 재활용 어려움 표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재활용 어려움 표시는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제조사에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생산하라는 압력을 주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활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들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재활용이 어렵다’고 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에도 공감한다. 멸균 종이팩과 와인병 등 일부 품목을 재활용 어려움 표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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