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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민원 대잔치’된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

등록 2021-01-21 09:23수정 2021-01-21 11:27

[현장에서]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장면1.

“백두대간 중 등산로 폐쇄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해외에서 찾아보기도 어려운 과도한 조치라고 보여진다. 예약 탐방제나 산악가이드제 총량제 등을 도입해서 다양한 방향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20일 열린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후보자에게 질의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임 의원 지역구는 백두대간과는 거리가 있는 경기 광주시다. 다만 임 의원은 등산을 사랑하는 듯 하다. 그의 블로그에 가면 산악인 엄홍길 휴먼재단 상임이사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소개돼 있다. 지난해 11월24일 산악계 관계자와 함께 ‘백두대간 마루금 개방’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장면2.

“대청호가 상수원 보호지역이 되고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질 정화 기술이 발달했는데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한다.”

<한겨레> 보도를 통해 국회 국토교통위원 시절 가족 건설사들이 피감기관인 국토교통부·서울시 산하 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알려진 박덕흠 무소속 의원은 환경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이 질문을 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환경은 ‘이용’보다는 ‘보호’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몇 안되는 영역이다. 환경부는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자연을 대변하는 정부 부처로, 자연을 이용하려는 이들과 자연을 대변하려는 이들 사이 갈등이 생길 때 이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환경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때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헌법상 의무인 ‘국익우선의무’는 후보자가 사회 갈등을 잘 조정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말 못하는 자연을 대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는 것일 것이다.

역대 최장 기간 장마와 이례적인 한파와 폭설로 기억되는 ‘기후위기 시대’를 타개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질문이 민원밖에 없었을까. 적어도 민원 전달이 아닌 객관적 입장에서 이 사안에 대한 판단을 질문하는 형식이라도 취했어야 했다.

민원 해결이 정말 중요한 환경문제라고 판단했다고 해도 국무위원을 검증하는 청문회 자리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때와 장소를 벗어난 질문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의 자질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

민원 대잔치였던 새 장관의 청문회를 보며 “동호회 같다” “국무위원 청문회가 아닌 그냥 국회 환노위 회의”라는 시시한 관전평이 나왔다. 3선의 중량감있는 정치인이 장관이 되면 힘없는 부처인 환경부 활동이 힘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청문회를 지켜본 환경단체 등에선 국회의원들 민원이 장관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환노위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가 끝난 직후 곧바로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새 장관이 가야할 ‘꽃길’에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생겼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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