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반기문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함께 만든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 방안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 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35년부터 휘발유·경유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자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의 제안이 나왔다.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발생 비용 등 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단계적으로 반영하고, 이르면 2040년 이전 석탄 발전을 퇴출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런 내용의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우선 2035~40년 석유를 쓰는 내연기관차를 퇴출해 무공해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만 신차로 팔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영국(2030년) 등 유럽 국가들은 내연차 퇴출 시점을 정해놓았는데, 한국도 이번에 구체적 퇴출 시기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경유차 수요와 운행을 줄이기 위해 현재 휘발유의 88% 수준인 경유 가격을 95~100%까지 조정할 것도 제안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석탄 발전 역시 ‘2045년 또는 그 이전’에 퇴출하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퇴출 시기를 204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싼 전기요금에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배출량 등 환경비용, 발전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정책 제안 전반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내연기관차나 석탄 발전 퇴출 시점이 다소 늦다고 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석탄 발전 퇴출 시점이 2030년이 아닌 2045년인 것은 미흡한 결정”이라고 했다. 반면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035년이라는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은 현대기아차 같은 대기업에서도 빠르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해 5월부터 100여 차례에 걸친 분야별 전문위원회 및 포럼, 50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정책참여단 토론회를 통해 이번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마련했다. 앞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안했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실제 정책으로 전환된 바 있어, 이번 중장기 제안도 정부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반기문 위원장은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과감한 체질 개선 없이는 탄소경제라는 성장의 덫에 빠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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