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산업용 전기 계시별 요금제를 통해 50대 전력 다소비 대기업에 준 요금할인 혜택이 5년간 10조원이 넘고 그 절반이 상위 10대 기업에 집중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에 차등을 두는 요금제다. 수요가 몰리는 최대부하 시간대에는 높은 요금을 적용하고, 수요가 적은 심야에서 이른 아침 사이 경부하 시간대에는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최대부하 시간대의 전력소비를 경부하 시간대로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첨두부하 전력량을 떨어뜨려 발전설비 증설 압력을 덜려는 취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22일 한전이 제출한 요금 자료를 분석해 전력다소비 50대 기업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시별요금제를 통해 받은 요금 할인 혜택이 10조28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은 5년간 사용 전력의 54%를 요금 평균단가가 최대부하 시간대의 절반도 안 되는 경부하 시간대에 집중 사용했다. 할인액 규모는 이들이 모든 전력을 중간부하와 최대부하 시간대까지 균등하게 사용했을 경우의 요금액을 산정해 추정한 값이다.
50대 기업이 받은 할인 혜택의 절반이 넘는 5조8천억원은 상위 10대 기업이 챙긴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많은 할인 혜택을 본 기업은 현대제철로, 5년간 할인 혜택 추정 규모가 1조752억원에 달했다. 이어 삼성전자 9457억원, 포스코 9482억원으로, 상위 3사가 약 3조원의 산업용 경부하요금 혜택을 가져갔다.
경부하 요금은 발전 단가가 싼 원자력과 석탄 같은 기저발전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요금 할인률이 과도한 탓에 수요가 지나치게 몰리면서 경부하 시간대 전력수요가 기저발전량을 초과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발전단가가 비싼 엘엔지와 유류발전기 등 첨부부하용 발전기까지 돌려야 경부하 시간대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4월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감사원은 2009년부터 10년간 경부하 시간대 첨두부하 발전설비의 발전량 비중이 14~25%나 돼, 전력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초과수요 대응을 위해 값비싼 첨두발전기를 돌리면서 발전단가가 급등해, 한전은 구입단가에 20원씩 손해보며 산업용 전기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이 부담은 오롯이 최대부하 시간에 전기를 사용하는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업 시간과 전기사용량 조정이 용이한 대기업이 할인혜택을 누리는 동안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가정용 전기보다도 비싼 금액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산업용으로 판매된 전기요금 단가는 107.0원/kWh으로 주택용 113.1/kWh에 비해 약 6원 저렴했다. 하지만 50대 기업을 제외하고 계산한 단가는 114.6원/kWh으로 주택용 단가보다도 비쌌다.
김성환 의원은 “한전은 본래 목적인 수요관리에 실패하고 경부하 시간대 전력낭비를 부추기고 있는 현재 산업용 계시별 요금할인을 대폭 조정해 일부 대기업 만이 아닌 중소기업에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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