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지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이날 태풍으로 신고리 1호기와 2호기 등 원전 4기가 순차적으로 멈췄다. <연합뉴스>
최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통과할 때 고리와 월성에서 원전 6기가 잇따라 멈춰 선 것은 강풍에 날아온 소금기에 의한 내부 전력설비 고장 때문이라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바닷가 원전에서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1·2호기와 고리 3·4호기는 태풍 마이삭으로 지난 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 자동 정지됐다. 7일 오전에는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월성 2·3호기가 잇따라 정지됐다. 한수원은 이들 원전의 정지 원인에 대해 “태풍이 일으킨 파도와 강풍 영향으로 다량의 염분이 발전소 부지 내 전력설비에 유입돼 고장이 발생하고, 이 고장으로부터 발전설비를 보호하는 장치가 동작해 정지됐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한수원의 설명은 원전 시설의 설계나 운영이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기상에 취약한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전들은 모두 바닷가에 위치해 설계는 물론이고 설비 운영 과정에서도 염분 대책이 고려됐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 전력이 장시간 끊기면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그런 경우다.
한수원은 이번 태풍이 예상을 뛰어넘어 강력했던 탓으로 원인을 돌렸다. 한수원 관계자는 “바닷가여서 절연 성능을 갖도록 설계됐지만, 바람이 워낙 거세게 불면서 파도의 포말이 원전 뒤편 산까지 들이칠 정도였다. 노출형 설비들이 취약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원전 외부 설비는 빗물이나 소금물에 대비해 방수 부품을 쓰게 돼 있다”며 “한수원 발표대로 염분이 원인이어도 그 바탕에는 부실 부품이나 부실 시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정부는 극한적 자연재해에 대비해 한수원에 46개의 보완대책을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이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방수문 및 방수형 배수펌프 설치 △격납고 배기 또는 감압 설비 설치 △주증기안전밸브실 및 비상급수펌프실 침수방지시설 보완 등 3개 과제는 아직 완료되지 않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