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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그들만의 리그…원전산업 지배하는 원자력공학

등록 2020-06-19 09:42수정 2022-01-16 12:27

원전은 기계·물리·화학 등의 융합체
원전 전문인력 9% 불과한 원자력공학
연구기획위 절반 차지 연구 배분 주도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지난 3월20일 연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성 물질 방출 사건과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 원자력연은 원내 시설에서 30년 동안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방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지난 3월20일 연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성 물질 방출 사건과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 원자력연은 원내 시설에서 30년 동안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방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원전과 관련된 연구 과제를 선정하는 위원회의 위원 절반 이상이 원자력공학 관련 전공자인 것은 당연한 일일까?

‘가동 원전 안전성 향상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사업’의 세부과제 선정과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준비하는 기획위원회는 예측, 예방, 대응 등 3개 분과위원회와 총괄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분과위에는 한국연구재단이 위촉한 대학과 연구기관,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관련 산업체의 전문가 31명이, 총괄위에는 3개 분과 위원장을 포함한 민간 위원 외에 연구비를 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담당 과장도 정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자력 실무 전문가 단체인 ‘원자력 안전과 미래’가 기획위원회 전체 위원 45명(중복자 제외)의 학문적 배경을 조사한 것을 보면, 위원 절반 이상이 원자력공학 관련 학과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관련 연구 과제를 선정하는 위원회의 위원 절반이 원자력공학 관련 전공자라는 사실은 원전을 원자력공학의 산물로 인식하는 대다수 사람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원자력공학이 원전의 핵심인 원자로를 다룬다는 점을 고려해도 문제라는 것이 원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전의 설계와 건설, 운영은 핵공학뿐 아니라 기계, 토목, 전기, 전자, 제어계측, 물리, 화학 등 거의 모든 이공계열의 융합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지난해 펴낸 <원자력 연감>을 보면, 2017년 현재 원자력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학사 이상 인력 3만1269명 가운데 원자력 전공자는 방사선까지 포함해도 2689명으로 8.6%에 불과하다. 전기·전자·계측제어 전공자의 절반도 되지 않고, 기계·기계설계 전공자의 3분의1 수준이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 <2019 원자력연감>
한국원자력산업협회 <2019 원자력연감>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는 “이런 원전산업 구조에 비춰보면 원전 안전을 위한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기획위원회를 원자력공학 전공자가 절반 이상 과점하는 것은 기형적”이라며 “연구재단이 처음 제안한 연구 주제 대부분이 원자력공학에 맞춰진 것은 이런 위원회 구성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 이사는 또 “원자력공학은 원자로 노심 설계 및 방사선 분야만이 고유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원자력공학과 학맥으로 맺어진 소수가 원자력계의 모든 결정권을 장악하고 자신들이 잘 아는 분야만 하다보니 원자력 연구가 편향적으로 발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공학과 출신 원자력공학 박사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원전 관련 용역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전산업계 내부를 가장 잘 안다고 평가받는 원전 전문가다.

연구재단이 애초 제안한 연구 주제의 타당성을 집중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총괄위 위원장 장창희 카이스트 교수, 총괄위 간사인 강보선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과 이광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자력 프로그램디렉터 등 기획위원회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3명이 모두 원자력공학 전공자라는 점에 특히 주목한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이런 위원회 인적 구성을 보면 연구재단이 제안한 연구 세부 과제들이 원자력공학 쪽에 집중되면서 타당성 논란을 빚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원자력공학과 특정 교수를 중심으로 연결돼 ‘원자력계 마피아’라고까지 불리는 극소수그룹에 의해 원자력 산업 전체가 편향되어 왜곡되는 문제가 이번 정부에서도 개선될 기미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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