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환경부가 현재 검토 중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환경부의 반려를 요구하고 나섰다. 9차 전력계획이 석탄발전의 조기 퇴출을 전제하지 않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위배되는 만큼, 산업부가 마련한 초안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은 4일 서울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와 탈석탄, 에너지전환에 대한 국제적 흐름과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9차 전력계획의 전력환경영향평가에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전력계획이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가 단독으로 수립했던 전력계획에 대해 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 타당성 같은 환경 측면의 평가와 개입을 하게 된 것이다.

전력계획은 2년마다 수립하는 정책계획(계획기간 2020~2034년)으로, 석탄과 원자력, 재생에너지 같은 전력 발전원의 조합 계획이나 온실가스, 미세먼지 감축 방안 등이 담긴다. 법정 기한을 무려 5개월이나 넘겨 지난달 8일에야 제출된 9차 계획은 현재 60기인 석탄발전기 가운데 2034년까지 가동연한 30년이 도래하는 30기(15.3GW)를 폐지하고 이를 엘엔지(LNG) 발전(24기·12.7GW)으로 대체하는 게 뼈대다. 계획엔 새로 지어지는 7기(7.3GW)의 석탄발전이 포함돼 있어 2034년 석탄발전의 설비용량은 29GW로 줄어드는 데 그친다.

이에 대해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가동연한 30년을 채운다는 것은 여전히 2034년까지 석탄발전을 최대 발전원으로 유지하고 2050년 중반까지도 석탄발전을 운영하겠다는 얘기”라며 “이 경우 2030년 발전량 비중은 석탄이 31.4%, 원자력이 24.4%, 엘엔지가 22.4%로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석탄이 최대 발전원이 된다. 이는 한국 정부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국제사회의 목표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수립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7년 배출량(7억910만t)의 24.4%를 2030년까지 줄이는 게 목표(5억3600만t)다. 이에 대해선 파리기후협약을 지키는 데 매우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유럽의 기후분석 전문단체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파리협약을 통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1.5도 목표’를 지키려면 한국이 2029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의 경우 2024년을 탈석탄 시점으로 잡았고 오스트리아의 경우 지난 4월 마지막 석탄발전소를 폐쇄했다.

이 국장은 “9차 전력계획의 초안대로 석탄발전을 수명 30년 동안 가동한 뒤 순차 폐지하는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리협정 목표 대비 3.2배를 초과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가 환경보전계획이나 국제협약과의 부합성, 상위계획과의 연계성 등을 따지도록 한 절차인 만큼, 파리협약에 위배된 9차 전력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산업부가 제출한 내용을 보면 (국제환경협약과의 부합 여부를 따지는 부분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이 제시돼 국제환경협약과 부합한다’고만 했을 뿐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를 그냥 통과시키면 환경부가 스스로 입지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반려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