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0일 네덜란드 대법원이 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합당하게 변경하라”고 판결한 직후 소송에 참여한 위르헨다 관계자들이 법정에서 기뻐하고 있다. 위르헨다 제공
네덜란드 위르헨다 판결은 세계에서 비슷한 소송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벨기에와 콜롬비아, 유럽연합, 뉴질랜드, 스위스, 프랑스 등지에서 비슷한 소송이 국가와 화석연료기업을 상대로 진행 중이다. 콜롬비아에서는 한국처럼 25살 이하 청소년들이 소송에 참여했고, 뉴질랜드에선 로스쿨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스위스의 농부들도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소송을 제기했다. 벨기에와 프랑스 기후소송엔 각각 시민 6만여명과 200만명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독일에서도 지난 2월 연방헌법재판소에 한국과 유사한 기후소송이 제기됐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소송이 진행될 전망이다.
주목되는 건 미국의 ‘줄리아나 대 미국’ 소송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어린이트러스트’(Our Children's Trust)의 지원으로 21명의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2015년 제기했는데,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줄리아나는 이들 21명 청소년 대표의 이름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두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1인당 배출량이 중국의 2배다. 산업화 이후로 시계열을 확장하면 현 지구상 온실가스에 대해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철학자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위르헨다 소송도 중요하지만 줄리아나와 미국 간 소송이야말로 중요한 소송”이라며 “그 결과가 21세기 전체는 물론 아마도 수세기 동안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세기의 재판’이라 일컬을 만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소송은 지금까지 그 자체의 적절성 문제를 두고 옥신각신 중이다. 지난 1월엔 미국 연방항소법원(연방순회법원)의 3인 재판부가 이 사안을 ‘정치적 이슈’라는 이유로 각하해 미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기후변화 대응은 입법부나 행정부의 정책 결정 사안이고, 사법부가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대법원은 위르헨다 판결에서 이와 반대의 취지로 판단했다. “법원은 (정부나 의회에) 특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의 입법을 명령할 수 없다. 하지만 입법의 부작위가 불법이란 취지의 선언적 결정을 하거나, 공공기관에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줄리아나 대 미국’ 소송은 지난달 원고 쪽이 연방항소법원의 11인 전원재판부의 심문을 신청해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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