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 4월29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첫 대국민 정책제안을 내놨다.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 석탄발전소 절반가량을 중단시키고 생계용을 제외한 노후 경유차량 운행을 제한하자는 고강도 대책이다. 고농도 땐 차량 2부제를 병행하는 안도 포함됐다. 이번 방안은 130여명의 전문가와 500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함께 마련했다.
30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공개한 ‘1차 국민 정책제안’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12월부터 3월을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로 지정하고 집중적인 저감 조치를 하는 것(계절관리제)이 뼈대다. 고농도 때 석탄발전소 최대 27기(전체 45%)의 가동을 중단하고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전면 제한하는 고강도 대책이다. 이를 통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전년대비 20% 이상(2만3천여t) 줄인다는 것이다. ‘5년 동안 35.8% 감축’인 이전 목표보다 더 강해졌다.
구체 내용을 보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41%를 차지하는 산업계에선 1만1993t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게 목표다. 전국 44개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사업장 밀집 지역에 1000명 이상의 민관합동점검단을 파견, 불법 배출행위를 감시하기로 했다. 자본과 기술력이 열악한 중소사업장은 미세먼지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맞춤형 기술지원단을 파견한다. 대형 사업장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감축 계획을 수립하게 해 평가하고, 고농도 계절 때 평소보다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한다. 전국 625개 대형 사업장에 설치된 굴뚝자동측정망(TMS) 결과도 계획보다 당겨 올 연말부터 실시간 공개한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12%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소의 경우 3491t을 줄이는 게 목표다. 겨울철인 12~2월에 9~14기를, 봄철인 3월에 22~27기의 가동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가동 중단 발전소 외에 나머지 석탄발전소는 출력을 80%까지 낮춘다. 계절별, 시간별로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관리 정책도 편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이 경우 “10GW(기가와트)의 예비전력을 확보한 상태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 넉 달 동안 월 평균 1200원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29%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에선 4087t 감축이 목표다. 수도권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를 대상으로 생계용을 제외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고농도 주간예보 때 차량 2부제를 병행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100억원 이상 건설공사장에서 노후 건설기계 사용을 제한하고, 선박의 저황연료유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적절한 비용 보전방안 등을 마련하는 안도 포함됐다. 경유 승용차는 환경 피해를 고려해 자동차세 경감률도 차등 조정한다.
국내 미세먼지의 18%를 차지하는 도로나 건설공사장 등에선 3464t을 감축하려 한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도로는 청소 주기를 늘리고 속도도 제한한다. 주거 지역 인근 공사장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해 실시간 공개하며, 농촌의 폐기물 불법 소각을 막기 위해 수거·처리를 지원하고 집중단속을 병행한다.
이밖에 중국과 고농도 미세먼지 예·경보 정보를 공유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실증사업을 확대하는 ‘한·중 푸른 하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중장기 대책의 경우 추가 공론화를 거쳐 내년까지 마련한단 계획이다.
이번 국민 정책제안은 지난 다섯달 동안 130여명의 전문가와 500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토론과 숙의를 거쳐 마련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로 인해 불편과 피해를 겪는 국민이 직접 참여해 정책을 수립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으로 마치 중병에 걸린 환자 같은 상황”이라며 “과거와는 차별화된 과감하고 담대한 처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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