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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현장] “마스크 왜 벗었어?” “답답해”…초등학교 미세먼지 ‘살풍경’

등록 2019-03-06 15:25수정 2019-03-07 10:10

서울 종로구 운현초와 교동초, 관악구 은천초 하굣길 가보니
“밖에서 뛰어놀아야 하는데, 애들이 불쌍하다”
“학교에 일회용 마스크 비치했으면 좋겠다”
초등 1년 학부모 “아이들이 4월에 아프대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학생이 배웅 나온 어머니 조경아(42)씨와 마스크를 끼고 하교하고 있다. 오연서 기자.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앞에서 1학년 학생이 배웅 나온 어머니 조경아(42)씨와 마스크를 끼고 하교하고 있다. 오연서 기자.
6일 낮 12시35분께 서울 종로구 운현초등학교 앞. ‘3월4일 운현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배웅 나온 교사와 함께 입학 사흘째 되는 1학년 학생 20여명이 하교하기 위해 우르르 교문 밖으로 나섰다. 6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는 등 최악의 공기 상황을 반영하듯,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보자마자 미세먼지 마스크 챙기기에 바빴다.

“마스크 왜 벗었어?”

“아침에 벗었어.”

“마스크 어디에 있어?”

“답답해.”

운현초 학부모들은 입학 직후 학교로부터 ‘마스크를 꼭 착용시켜달라’는 내용의 알림장을 받았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마스크만으로 안심이 안 되는 표정이었다. 1학년 학부모 이주연(34)씨는 “아이들은 미세먼지를 잘 체감하지 못하고, 답답해서 잘 안 끼니까 다른 엄마들이랑 ‘학교에 일회용 마스크 비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나눴다”며 “학교 체육도 강당에서 진행한다지만 강당에도 미세먼지가 많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1학년 학부모 정아무개(40)씨는 한숨부터 쉬었다. “이 학교는 공기청정기는 잘해놨어요. 그런데 효용성은 미지수에요. 워낙 초고농도라고 하니까. 위안 삼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휴교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온종일 돌봄 교실에 있어야 할 텐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역시 1학년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 이아무개(41)씨는 “어제는 화가 나더라”라며 “밖에서 뛰어놀고 들어와야 하는데, 애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6일 엿새째 서울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 관악구 은천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6일 엿새째 서울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 관악구 은천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같은 시간 서울 관악구 은천초등학교 앞. 1학년 학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 등 40여명이 교문 앞에 모여 미세먼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르르 하교하는 1학년 40여명 가운데 절반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1학년 학부모 황현자(36)씨는 “그저께 입학한 아이들이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가서 긴장한 상태인데, 공기까지 안 좋다 보니 4월에 많이들 아프다고 한다”며 “중국과 이야기를 잘해서 하루빨리 방법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1학년 학부모 장아무개(38)씨도 “교실 안에 공기청정기가 있는 건 확인했는데, 복도나 식당 같은 곳도 아이들이 활동하는 곳이니 적정한 규모에 맞는 공기청정기를 설치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은 자꾸 마스크를 안 끼려 하니까 학교에서 하교할 때 마스크 꼭 끼라고 주의도 많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날 오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영등포구 여의도초등학교를 방문해 미세먼지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유 부총리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상반기 중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마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원을 확보해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및 가동현황’(2월 기준)을 보면, 전국 27만2728개 교실 가운데 41.9%(11만4265개)에 공기청정기나 기계환기설비 등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유치원 교실에는 97%, 초등학교 75%, 특수학교 73.9%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 교실과 고등학교 교실 공기정화장치 설치율은 각각 25.7%, 26.3%에 불과했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대전·충남·세종 지역은 관내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교실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제주도 중학교에는 단지 두 곳만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됐고, 고등학교에는 아예 한 곳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도 도내 628개 중학교 1만2224개 교실 중에 957개 교실만 공기정화장치가 있어 설치율이 7.8%에 불과했다. 서울도 중학교 383개 학교(8913개 교실) 가운데 7559개 교실(84.8%)에 공기정화장치가 없었다.

오연서 이준희 양선아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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