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항공기가 인공강우를 만들기 위한 연소탄을 살포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정부가 서해상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인공강우 실험을 예정대로 진행했으나 육상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관측되지 않았다. 자세한 실험 분석 결과는 다음달 발표된다.
25일 오전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기상항공기(킹에어 35)를 이용해 인공강우를 발생시킨 뒤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빗방울의 씨앗’인 요오드화은이나 염화나트륨 같은 인공강우 물질을 뿌려 비를 내리는 기술을 말한다. 정부 차원에서 인공강우 실험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 분석이 함께 이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13분께부터 약 한시간 동안 기상항공기로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 연소탄 24발을 살포하고 기상관측 선박(기상 1호)과 이동 관측 차량, 도시 대기 측정망 등 기상장비를 통해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연속 관측했다. 정부는 올해 이런 인공강우 실험을 약 15차례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실험 결과는 한달 뒤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이날 육안으로 감지된 변화는 없었다. 전남 영광군 쪽 이동 관측 차량에서 약한 안개비가 감지됐으나 라디오존데 관측 자료를 확인해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 기상관측선에서는 눈이나 비를 감지하지 못했으나 구름 발달은 육안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구름이 생긴 것이 인공강우 효과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검증된 적이 없어 이런 실험이 ‘현대판 기우제’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중국과 타이(태국) 등에서 인공강우를 활용해 미세먼지 저감을 시도했지만 공식 성공 사례는 아직 없다. 이날 실험에 앞서 김종석 기상청장은 “인공강우 실험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진행해왔는데 오늘날 이슈인 미세먼지도 해결할 수 있을까 해서 합동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은 한번에 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성공 여부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이런 실험을 통해 좋은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응원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껏 인공강우는 가뭄 해소 등을 위해 연구돼왔다. 기상청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임대 항공기를 활용해 총 42회의 소규모 실험을 했다. 지난해부터는 정부가 구입한 기상항공기를 활용해 본격 인공강우 실험을 해왔다. 한국의 인공강우 기술력은 기초연구 단계로, 최고 수준인 미국에 견줘 73.8%, 기술격차 6.8년으로 평가된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