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세운교 아래에서 날갯짓을 멈춘 채 나뭇가지에 앉아 볕을 즐기는 고추잠자리 날개 위로 가을 하늘은 높따랗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올해 여름 ‘최악의 폭염’에 이어 가을철에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23일 ‘3개월(가을철) 전망’을 발표해 “9~11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다. 강수량은 9월에는 평년보다 적겠지만 10월과 11월에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또 “태풍은 9~12개가 발생해 평년 수준(0.8개)인 1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가을철의 높은 기온에 대해 기상청은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경향이 유지되고 있어 필리핀해 부근을 중심으로 대류활동(상승기류)이, 그 북쪽에 위치한 중국 남부와 우리나라 부근을 중심으로 대류억제(하강기류) 구역이 존재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유지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9월 전반까지는 여름철 특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폭염이 9월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늦가을 우리나라 기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바렌츠·카라해와 랍테프해의 해빙(바다얼음) 면적이 평년에 비해 매우 적은 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기상청이 가을철 기온을 평년보다 높게 전망한 근거의 하나다.
기상청은 또 “최근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니노3.4)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 구역 해수면 온도는 중립상태를 보이다 늦가을에 약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발생한 태풍 20개 가운데 17개가 여름철에 발생해 평년 수준(11.2개)을 훨씬 뛰어넘었으며, 이 가운데 3개(제7호 쁘라삐룬, 제18호 룸비아, 제19호 솔릭)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다. 기상청은 “올 여름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필리핀 동해상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과 비슷했지만 대기하층과 대기중층의 저기압 편차, 대기상층에 강한 발산이 태풍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평년보다 많은 태풍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엘니뇨 경향이 나타나면 태풍의 주된 발생 위치가 점차 남동쪽으로 이동해 우리나라로 직접 향하는 태풍일 가능성이 줄지만,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태풍의 경우에는 긴 이동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충분히 발달한 강한 태풍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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