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공공부문 차량 2부제가 시행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일대가 미세먼지로 온통 뿌옇다. 연합뉴스
대기 정체로 인한 오염물질 축적으로 미세먼지(PM2.5) 농도가 급등하면서 26일에 이어 27일에도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처가 시행된다. 때마침 미세먼지 환경 기준이 미국·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돼, 새 기준에 맞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27일부터 미세먼지 예보의 ‘나쁨’ 등급 하한선을 51㎍/㎥에서 36㎍/㎥로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나쁨’ 구간은 50~100㎍/㎥에서 36~75㎍/㎥로, ‘매우 나쁨’ 구간은 101㎍/㎥ 이상에서 76㎍/㎥ 이상으로 조정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새 기준에 따라 27일 수도권·강원영서·대전·세종·충북·광주·전북·영남권의 미세먼지가 ‘나쁨’ 상태를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환경과학원은 그밖의 권역에서도 오전과 밤에 ‘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27일 ‘나쁨’으로 예보된 지역 가운데는 이전 기준으론 ‘보통’으로 예보됐을 곳들도 있다. 신선아 환경과학원 환경·기상 통합예보실 연구원은 “바뀌기 전 기준으로 보통과 나쁨의 경계 지역에 있는 곳들이 그런 곳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새 기준 적용에 따라 미세먼지 ‘나쁨’ 일수(2017년 측정치 기준)가 12일에서 57일로 5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봄철의 경우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미세먼지 ‘나쁨’ 예보가 일상화한다는 걸 뜻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세먼지 환경 기준 강화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쁨’ 예보의 일상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후속 대책으로 강화된 기준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쁨’ 예보가 잦아지면서 시민들이 미세먼지 상황에 대해 무신경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더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특히 긴급·비상조처를 광역화하면서 빠뜨린 배출원도 더 넣고, 발령 기준도 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그러나 실질 효과가 없는 대책을 남발할 경우 정책 신뢰도 하락을 자초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신뢰도 하락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환경부는 2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미세먼지 대응 긴급조처 시행을 요청하고, 26일 수도권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처까지 발령했다. 하지만 이날 아침에도 서울 도심 거리에서는 마스크 없이 다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미세먼지에 불안해하면서도 막상 ‘긴급’ ‘비상’ 등의 정부 발표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불감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아주대 교수)는 “환경부가 제시한 도로 물청소와 같은 대책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정부가 효과도 없는 긴급·비상조처를 내놓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도 체감하다 보니 점점 신뢰를 잃고 시민들의 반발심만 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에서 서울역을 오가는 8800번 버스에 미세먼지 마스크가 비치돼 있다. 경기도는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간선 급행버스 16개 노선 185대에서 미세먼지 마스크 1만8천장을 무료 배부키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