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진상 책임연구원이 실시간 액화포집 시스템을 이용해 초미세먼지를 포집한 뒤 분석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한반도 미세먼지의 일부가 ‘중국산’임이 과학적으로 처음 입증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은 20일 “중국발 오염물질이 국내에 유입돼 초미세먼지 농도를 ‘나쁨’ 수준으로 올렸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표준연 가스분석표준센터의 정진상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지난해 중국 춘절 기간(1월27일~2월2일)에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 수준인 것에 주목해 당시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데 중국 춘절 때 벌어진 불꽃놀이가 원인임이 밝혀졌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 위성 영상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밝혀져 왔지만 폭죽이 미세먼지의 직접 원인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는 처음이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 이하의 먼지(PM2.5)를 가리키며 주로 화석연료나 바이오매스(농작물·산림 등)를 태울 때 발생한다. 입자 크기가 극히 작아 코나 기관지에서 잘 걸러지지 않고 인체에 축적돼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모두 산업과 농업의 성격이 비슷해 화학적 조성 분석으로 미세먼지의 출처를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폭죽에서는 칼륨만 배출되고, 바이오매스에서는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이 동시에 배출된다.
표준연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려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물질인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을 실시간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칼륨은 폭죽과 바이오매스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모두 배출되지만, 레보글루코산은 바이오매스 연소에서만 배출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우선 대기 중 존재하는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을 흡입한 다음 ‘미세먼지 액화포집기’를 통해 물에 녹여 실시간으로 분석기에 집어넣었다. 분석기에서 두 대의 이온크로마토그래피 장비를 이용해 물에 녹아 있는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을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이온크로마토그래피는 용매에 녹아 있는 이온의 이동속도 차이를 이용해 분리한 뒤 정량하는 방법을 말한다.
지난해 중국 춘절 기간 초미세먼지 화학적 조성 변화. 1월30일 새벽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할 때 폭죽과 바이오매스 연소에서 발생하는 칼륨이 평상시보다 7~8배 급증했다. 반면 바이오매스에서만 발생하는 레보글루코산의 비중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바이오매스 연소의 경우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의 농도가 같이 올라가는데 만약 칼륨 농도만 급격히 올라가고 레보글루코산의 농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농작물 등을 태우는 것이 아닌 대규모의 폭죽을 터트리면서 초미세먼지가 발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말 중국 춘절이 시작돼 한반도의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였을 당시 국내 대기 중 칼륨 농도가 평소보다 7배 이상 높아졌지만 레보글루코산의 농도는 변화가 없었다.
정진상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같은 시기인 설날에 불꽃놀이를 하지 않고 중국은 대규모 불꽃놀이를 한다는 점으로 미뤄 폭죽에서 배출된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한반도까지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동북아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연구와 정책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 논문은 국제학술지 <대기환경> 4월호에 실린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