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관찰일기
아침을 열고 저녁을 알렸다 허수아비에, 공기총에 쫓기고
포장마차 안줏감으로 쌀값이 떨어지고 농촌은 늙어가고
이젠 그들을 거들떠도 안 본다 그들도 더 이상 겁내지 않는다
사람 곁에서 떼지어 논다 ‘짹, 짹’. 참새는 재잘거리며 아침을 열고 저녁을 알렸다. 자연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던 시절 우리는 참새 둥지를 털어 새끼를 꺼내 키웠고, 논에서 소리쳐 쫓았고, 밤에는 초가집 처마 밑을 손전등으로 비춰 잡기도 했다. 우리 곁에 친근하기로 이만한 새가 있을까. 참새는 많기도 했지만 나락에 해를 끼친다는 생각에 무조건 잡을 대상이기도 했다. 1970~80년대 공기총 사냥이 성행할 때 참새의 수난은 시작됐고 포장마차에 참새구이가 단골 메뉴로 올랐다. 자연히 참새는 총은 물론이고 어깨에 나무 막대만 걸쳐도 기겁을 하고 도망쳤다. 사람이 멀찍이 보이기만 해도 날아갔다. 참새에게 가장 큰 타격은 살 곳을 없앤 것이었다. 새마을사업으로 초가집과 기와집이 사라졌다. 아파트와 슬래브 주택 어디에도 참새가 둥지를 틀 빈틈은 없었다. 참새는 이제 도시에서 떨어진 들판으로 내몰렸다. 도시에선 참새 보기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농촌에서는 ‘워이~워이~’ 양동이를 두드리며 참새를 쫓는 일이 사라졌다. 농약과 비료를 치면서, 젊은이는 떠나고 노인들이 농촌을 지키면서, 쌀값이 폭락하면서 이제 참새가 나락을 먹는 것을 신경쓰는 이들은 거의 없다. 요즘 참새가 다시 돌아왔다. 떼를 지어 농촌을 날아다닌다. 도시에서도 공원에 가면 참새 무리를 쉽게 만난다. 이제 더는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사람이 곁에 접근해도 날아가지 않는다. 애초 참새는 제비처럼 천적을 피해 사람 곁에서 살던 새였다. 사람의 삶의 방식과 환경이 바뀌면서 다시금 참새는 본성대로 사람 곁에 돌아온 것이다. 3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들판에서 참새떼를 만났다. 번식기를 빼고는 철저한 무리 생활을 한다. 우두머리는 무리를 이끌지만 먹이를 먹으러 내려앉을 때는 모두가 앉은 것을 확인하고 맨 마지막에 합류한다. 지도자답다. 글·사진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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