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가동 연한이 지난 발전소를 폐쇄하고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보완하는 수준의 미약한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까지 고려해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계획을 폐기하는 방안이 대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포함한 에너지산업 연소 부문은 2013년 기준 전국의 1차 초미세먼지(PM2.5)와 2차 초미세먼지 생성물질인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총배출량의 17.3%를 배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 국무회의에서 경유차와 함께 석탄화력발전소를 특별히 언급하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한 이유다. 경유자동차를 포함한 도로이동오염원의 같은 물질 배출량 비중은 21.5%에 이른다. 지난달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를 보면, 특히 충남지역에 몰려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4~28% 가중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운동연합과 그린피스는 1일 공동 성명을 내어 “정부가 초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하려는 계획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은 모순된 일”이라며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업자원부는 2029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신설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9기가 수도권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충남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다. 이런 계획을 손대지 않고는 가동 연한이 지난 발전소를 폐쇄하더라도 줄어드는 발전량이 2.3%밖에 되지 않아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들은 석탄화력발전소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점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석탄화력발전소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기후총회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37.1%를 내보내는 에너지 부문의 감축 없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기후팀장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 해서 온실가스 감축까지 연결되는 정책을 기대했었는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도 “석탄발전소 20기 증설 계획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25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까지 철폐하기로 한 국제사회의 흐름과 거꾸로 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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