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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3000m 화산에 불기둥이 펑’…천지 크기 칼데라호 생겨

등록 2016-02-16 20:17수정 2016-02-17 10:42

거대한 화산폭발과 함께 뜨거운 화쇄류가 산 아래로 쏟아져 내리던 중생대 말 장산의 옛 모습은 간데없지만 당시 화산재가 굳어 생긴 응회암 바위가 너덜을 이뤄 해운대 신시가지를 향해 ‘흐르고’ 있다.
거대한 화산폭발과 함께 뜨거운 화쇄류가 산 아래로 쏟아져 내리던 중생대 말 장산의 옛 모습은 간데없지만 당시 화산재가 굳어 생긴 응회암 바위가 너덜을 이뤄 해운대 신시가지를 향해 ‘흐르고’ 있다.
④ 부산권-‘고대 화산 함몰체’ 장산

일본은 화산과 지진이 많은 나라다. 한 해에 지진이 2400회 일어나고 불을 뿜고 있는 화산만 110개에 이른다. 일본 지척에서 바다 밑 에 있는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파고드는 지각변동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지진과 화산대는 일본열도를 따라 띠처럼 늘어서 있다. 중생대 백악기 말 한반도 동남부는 그 화산대의 한 부분이었다. 아직 동해가 생기기 전 한반도와 일본은 서로 붙어 육지로 이어져 있던 때였다.

11일 부산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 지정된 장산(634m)을 찾았다. 해운대 신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장산은 등산객이 많이 찾는 탐방로로 유명하다. 그러나 공룡시대가 저물기 직전인 약 7000만년 전 이곳은 엄청난 폭발과 용암분출이 일어난 대규모 화산지대였다. 장산은 백두산 천지만큼 커다란 칼데라호 밑에 무너져내린 화산 함몰체다. 분화구로 화산재와 수증기를 뿜어내고 가끔 붉은 용암이 끓어 넘치던 화산의 높이는 까마득하게 높았을 것이다. 그 화산이 붕괴해 무너져 내린 뒤 남은 고갱이가 장산이다.

해운대와 맞닿은 밋밋한 이 산이
그러했으려니 상상이나 하겠나 

공룡시대 저물 무렵 7000만년 전
마그마가 샴페인 뚜껑 열리듯 

800도 고온 가스, 화산재, 돌조각
시속 수백㎞ 속도로 폭우처럼 

마그마방 지붕 무너지고 그 밑
화산 붕괴 뒤 남은 고갱이가 장산 

9개 너덜이 거대 화산 폭발 증거
수천만년 세월 거치며 바위밭

4㎞ 떨어진 청사포 해안에도 흔적

한라산과 달리 용암 끈적끈적

이기대에서 바라본 장산. 분출 당시엔 광안대교와 해운대 고층건물은 물론 바다도 없었고 산은 지금보다 대여섯 배 높았다.
이기대에서 바라본 장산. 분출 당시엔 광안대교와 해운대 고층건물은 물론 바다도 없었고 산은 지금보다 대여섯 배 높았다.
동행한 조형성 박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와 성종규 박사(꿈을 이루어 드림 대표)의 설명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장산의 형성과정은 이렇다. 백악기 말 지각에 난 틈을 비집고 용암이 지표로 흘러나왔다. 이곳의 용암은 한라산의 것과 달리 끈적끈적한 성질을 지녔다. 용암은 쉽게 흘러가지 않고 유문암으로 굳어 쌓였다. 용암이 누르는 압력이 갈수록 커졌고 지하에서 밀어올리는 마그마와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이 싸움은 결국 마그마의 승리로 끝났다. 지하 깊숙한 곳의 마그마 방에 갇혀 있던 점성 높은 마그마가 화산 꼭대기를 날려버리고 샴페인 뚜껑을 따듯 폭발적으로 분출했다. 하늘 높이 기둥처럼 버섯구름이 치솟았다.

솟아오른 화산재는 곧 화산체로 낙하했고 사면을 따라 800도의 고온 가스, 화산재, 돌조각이 뒤섞인 채 시속 수백㎞의 속도로 쏟아져 내렸다. 화쇄류다. 폭발 뒤 비어 버린 마그마 방의 지붕이 화산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곳에 백두산 천지와 비슷한 지름 5㎞의 거대한 칼데라가 형성됐다. 둥근 함몰지 경계의 단층을 타고 다시 마그마가 관입해 식어 돌로 굳었다.

밋밋한 장산에서 격렬했던 거대화산을 떠올리긴 어렵다. 하지만 그 증거가 너덜로 남아 있다. 장산에는 모두 9개의 너덜이 해발 200~500m 사면에 펼쳐져 있다. 크게는 지름 10m에 이르는 커다란 바위가 사면을 메워, 마치 화산에서 뿜어져나온 화쇄류가 바닷가 해운대 신시가지를 향해 내달리는 것 같다.

실제로 너덜을 이루는 암석은 화산 비탈을 흐르던 화쇄류가 굳은 용결응회암으로 이뤄졌다. 수천만년의 세월을 거치며 거대한 화산체는 깎여 해운대 앞바다로 씻겨나갔지만 마치 용접을 한 것처럼 마그마의 열로 단단하게 굳은 화산재는 용결응회암이 되어 버텼다. 그러나 바위에 생긴 틈으로 물이 스며들고 얼면서 팽창해 단단한 암반이 바윗덩어리로 쪼개졌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너덜을 따라 올라가면 암석이 떨어져나온 용결응회암 절벽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암석 모서리가 각지게 잘라진 건

장산에서 4㎞ 떨어진 바닷가 청사포에 있는 유문암. 끈적끈적한 용암이 이리저리 구부러진 자취를 보인다.
장산에서 4㎞ 떨어진 바닷가 청사포에 있는 유문암. 끈적끈적한 용암이 이리저리 구부러진 자취를 보인다.
너덜의 암석은 모서리가 둥글게 삭은 모양이 아니라 각지게 잘라져 있다. 땅속에서 심층풍화를 받아 형성됐다기보다는 지상에서 물리적 풍화작용으로 깨어져 생긴 것으로 보였다. 너덜의 정확한 형성 원인은 아직 확립돼 있지 않다. 너덜 암석을 자세히 보면, 표면에 석영 알갱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성종규 박사는 “마그마가 완전히 굳지 않아 석영 결정만 형성된 상태에서 강력한 화산폭발로 지표로 분출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장산에서 4㎞쯤 떨어진 해안인 청사포에서도 당시 화산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점성이 높은 용암이 이리저리 구부러져 흐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문암이 해안에 깔려 있었다. 이곳은 분화 당시 화산체의 아랫부분이었고 마그마가 암반의 약한 틈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경상·전남 해안 일대 함몰체 20곳

그렇다면 왜 부산 일대에 거대한 화산이 생겨난 것일까. 윤성효 교수는 “현재의 안데스산맥처럼 백악기 말 시호테알린부터 한반도 동남부를 거쳐 중국 광둥성 동쪽에 이르는 거대한 화산벨트가 있었다”며 “당시 경남북과 전남 해안 일대에는 거대한 화산이 폭발해 남은 함몰체가 20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주 함몰체는 지름 40㎞, 경북 청도 운문산 함몰체는 지름 33㎞로 장산 화산은 오히려 작은 편에 속했다”고 말했다.

장산 화산의 높이는 얼마나 됐을까. 윤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 광주 무등산과 운문산이 1200m인 데 비춰 적어도 그 정도는 됐고 오랜 풍화와 침식을 고려하면 안데스산맥의 평균 고도인 3000m나 그 이상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초고층 빌딩을 압도하듯 거대한 화산이 연기를 뿜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약 2300만년 전 신생대 마이오세에 이르면 동해가 열리면서 일본이 떨어져 나갔다. 해양판의 섭입대도 동쪽으로 이동해 한반도 동남부는 화산벨트에서 멀어졌다. 한반도 남부를 격동에 몰아넣었던 거대화산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부산/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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