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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동북이, 2000km 헤엄쳐 고향 일본으로

등록 2013-12-27 20:00수정 2013-12-29 22:53

지난 10월17일 푸른바다거북 ‘동북이’가 등에 위치추적장치를 달고 부산 해운대 앞바다를 떠나고 있다. 부산 아쿠아리움 제공
지난 10월17일 푸른바다거북 ‘동북이’가 등에 위치추적장치를 달고 부산 해운대 앞바다를 떠나고 있다. 부산 아쿠아리움 제공
[토요판] 생명
거북이 방사 그 후
‘동북이’는 지금 일본에 있다. 동북이는 10월17일 부산 아쿠아리움이 해운대 바다에서 방류한 국제적 멸종 위기종 ‘푸른바다거북’이다. 지난 5일 중국 상하이 인근에서 잡힌 동북이의 위치 추적 신호가 27일 일본 가고시마 남쪽 야쿠시마 연안에서 확인됐다. 방류 뒤 65일 동안 총 2047㎞, 하루 평균 31.5㎞를 헤엄친 것이다. 현재 동북이가 있는 곳은 푸른바다거북의 산란지다.

동북이는 지난해 6월 말 거제 이수도의 한 정치망에 혼획됐다. 어민의 신고를 받고 구조에 나선 부산 아쿠아리움은 1년4개월 동안 동북이를 치료해 바다로 돌려보냈다. 발견 당시 동북이는 등갑이 깨져 피가 나 있었고 기력이 쇠해서 해조류를 먹지 못하는 상태였다. 몸길이 75㎝의 아직 성숙이 덜 된 암컷(10~15살)이었다.

동북이가 바다로 다시 떠나는 날, 사람들은 등껍질에 120g인 위치 추적 장치를 접착제로 붙였다. 제돌이는 방류 뒤 위치 추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지만, 동북이의 위치 추적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동북이가 숨을 쉬러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인공위성은 동북이의 위치를 확인해준다. 위치 추적 연구는 배터리가 다하는 1년 남짓 이어질 예정이다. 동북이 방류와 연구를 맡은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추진기획단 자원연구과 문대연 과장이 말했다.

거제 이수도에서 혼획됐다
10월17일 부산 바다에 방류된
국제 멸종위기종 푸른바다거북
동북이의 위치 추적 신호가
가고시마 남쪽에서 확인됐다

“거북이는 15살이 지나야 알을 낳을 수 있는데 그보다는 몸의 크기가 작았어요. 거북이는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가는 본능이 있어요. 머릿속에 나침반 같은 자기장이 있어 먼바다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헤엄칠 수 있지요. 일본으로 방향을 튼 걸 보니 일본에서 출생한 개체가 아닐까 생각해요.”

동북이는 은북이와 닮았다. 은북이는 2008년 거제도에서 그물에 걸린 채 발견된 푸른바다거북이다. 은북이 역시 부산 아쿠아리움이 구조 뒤 2009년 10월 방류했다. 은북이가 발견됐을 당시 등갑에 붙은 따개비가 등갑을 파고들어가 구멍을 내기 직전이었다. 거북이들은 등갑에 구멍이 나면 죽을 수도 있다. 은북이는 방류 뒤 제주도에서 여러 날을 보내다 일본 서쪽 후쿠오카로 가서 겨울을 보냈다. 잠시 소식이 끊겼다가 그해 여름 고흥반도로 돌아왔다. 1년 만이었다. 문 과장은 동북이 역시 은북이처럼 남쪽에서 겨울을 보낸 뒤 다시 남해로 돌아올 것을 예상한다. 먹이인 해조류가 없고 갯벌이 많은 서해와 알을 낳을 수 있는 모래사장이 없는 동해가 아닌 남해와 제주연안이 푸른바다거북의 주 서식지다.

다른 해양생물과 마찬가지로 푸른바다거북도 혼획과 좌초가 생존을 위협한다. 30~40%의 푸른바다거북이 좌초되어 죽는다. 소형 고래 및 바다거북이가 탈출할 수 있도록 개량한, 일명 테드(TED·Turtle Excluder Device)라고 불리는 어구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테드는 그물 안에 뚜껑이 열리는 구조물을 설치해 거북이가 빠져나오도록 개발한 것으로, 미국에서는 테드를 장착하지 않은 채 조업하는 멕시코산 새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문 과장은 방류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거북이들을 대신해 전했다.

“바다에는 저인망 그물, 낚시, 배와 충돌하는 경우 등 위험 요소가 많습니다. 과거 제주나 포항에서 거북이가 알을 낳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산란지를 복원하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해양생물이 그렇듯 아직은 모니터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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