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사는 ‘흰고래’가 최근 들어 아름다운 빛깔과 고운 노랫소리로 전세계 수족관의 선호 구매목록에 오르자, 세계적인 환경·동물보호단체는 흰고래의 상업적 거래를 중단하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제공
[토요판/생명]돌고래 수입, 두 가지 풍경
▶ 세계적인 고래보호단체인 ‘고래 및 돌고래 보존협회’(WDCS)가 9일 ‘긴급 뉴스레터’를 전세계 고래 전문가들에게 보냈습니다. 제목은 ‘인도에서의 또 하나의 승리’. “인도 정부가 돌고래 수족관 및 공연장의 신규 건설 허가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려던 흰고래에 대한 수입 허가를 처음으로 반려했습니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오늘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의 긴 여행을 위해 서울대공원을 출발합니다.
‘거제 돌핀파크’가 신청한
북극 흰고래 수입이 불허됐다
수온 맞지 않는다는 이유인데
환경부의 아주 이례적 조치다
동물단체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반면 ‘돌고래 학살지’ 다이지의
큰돌고래 4마리 수입 신청엔
조건부 허가 방침이어서 논란 경남 거제의 수족관 업체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려던 국제적 멸종위기종 ‘흰고래’(흰돌고래)에 대해 환경부가 최근 사육 환경이 적절치 않다며 수입 신청을 반려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정부가 전시·공연 목적으로 돌고래를 수입 신청한 건에 대해서 동물복지 문제를 우려해 수입을 불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10일 “㈜거제씨월드가 제출한 흰고래 네 마리에 대한 수입허가 신청 건에 대해 과학당국의 조사를 거쳐 반려 통보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돌고래 체험시설인 ‘거제 돌핀파크’ 완공에 앞서 돌고래들을 임시 수용할 거제 앞바다 가두리의 수온이 흰고래가 사는 북극 바다에 견줘 너무 따뜻하다. 흰고래가 스트레스 등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불허 통보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흰고래는 북극의 얼음바다에 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3~5m의 하얀 빛깔의 몸통 때문에 ‘벨루가’(러시아어로 ‘하얗다’는 뜻)라고도 불리고,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북극의 카나리아’라는 별명도 지녔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상 멸종위기 근접종(NT)이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등재된 멸종위기종으로, 수출입국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만 국제 거래가 가능하다. 흰고래 서식 국가인 미국과 캐나다는 흰고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지만, 러시아는 최근까지도 수출을 허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초 거제씨월드는 러시아에서 흰고래 4마리를 들여오기 위해 환경부에 수입허가 신청서를 냈다. 환경부는 이례적으로 4월 중순 국립생물자원관 조사팀을 거제로 파견해 현장 실사를 벌였다. 실사에 참여한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수온이 22~25도까지 올라가도 문제가 없다고 업체 쪽이 주장했지만, 흰고래 서식지인 북극바다는 한여름에도 18도까지 올라가지 않는데다 거제 앞바다는 26~27도까지 올라간다는 점을 감안했다. 지나치게 높은 수온은 멸종위기종인 흰고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돌핀파크 건설에 앞서 돌고래들이 임시 서식할 가두리가 업체가 함께 수입하려는 큰돌고래들과 같이 키울 수 있을 정도로 면적이 충분한지 그리고 두 종을 분리 수용할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의 수입신청 반려는 이례적이다. 그동안 환경부는 동물원·수족관이 외국에서 멸종위기종을 도입하는 경우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서류 심사만으로 수입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사 결정과 대법원의 퍼시픽랜드 남방큰돌고래 몰수 판결 등 전시·공연 돌고래 보호가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환경부는 야생 돌고래 수입 건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수입 후 사육 과정에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다. 사용 계획, 입수 경위, 보호시설 등 멸종위기종 보존의 협약 취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세계 환경단체 사이에서 ‘돌고래 학살지’로 악명이 높은 일본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4마리를 들여오겠다는 수입신청서에 대해선 환경부는 조건부 허가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씨월드는 애초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15마리를 들여온다고 했다가 사육 밀도 등의 문제가 제기돼 최근 4마리에 대해서만 수입신청서를 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대공원 등 과거 다른 수족관에서 큰돌고래를 수입한 전례가 있고, 바다 수온이 일본 다이지와 비슷해 돌고래 생육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임시 가두리에서 오래 사육하면 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고 바다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석 달 안에 수족관 안으로 이송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허가를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동물보호단체는 일본 다이지로부터의 큰돌고래 수입도 불허해야 한다며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다이지는 연간 2000마리 안팎의 큰돌고래를 바다에서 그물로 잡은 뒤 도살해 고기로 쓰거나 전세계의 수족관에 팔아넘기는 ‘돌고래 수출지’로 유명하다. 큰돌고래 한 마리의 값은 대략 1억원. 각종 공연기술을 훈련시키면 한 마리가 내는 이윤이 수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수족관 업체들한테 인기가 높다.
한편에서는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고, 다른 쪽에서는 야생에서 잡은 돌고래를 수입한다. 지난해 3월 서울시의 제돌이 야생방사 결정으로 전시·공연 돌고래의 동물복지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수족관 업체들은 돌고래 쇼나 돌고래 체험장에 눈독을 들인다.
이번에 환경부가 흰고래 수입신청을 반려한 거제 돌핀파크는 거제시가 거제씨월드를 시행사로 선정해 짓고 있는 국내 최대 돌고래 체험장이다. 거제시 일운면 소동리에 건물 면적 7300㎡, 3층 규모로 연말 완공이 목표다. 대법원의 불법포획 판결로 4월8일 남방큰돌고래 2마리를 몰수당한 제주도 서귀포시의 돌고래공연업체 퍼시픽랜드는 최근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두 마리를 수입해 돌고래 쇼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울산 남구가 운영하는 고래생태체험관 역시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두 마리를 사들였다.
결국 지난해 3월 서울시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사 결정과 올해 4월 대법원의 퍼시픽랜드 불법포획 판결로 남방돌고래 두 마리 등 모두 세 마리가 바다로 돌아가게 됐지만, 거꾸로 큰돌고래 네 마리가 일본 바다에서 잡혀 국내 수족관으로 들어온 셈이 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야생 돌고래를 한 마리 더 잡아온 셈이다. 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의 황현진 대표는 “야생 상태에서 수족관으로 들어온 큰돌고래의 상당수가 얼마 안 돼 폐사한다”며 “환경부는 전례를 들어 다이지 돌고래 수입 허가를 내주려 하지만,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육 환경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메인소사이어티, 본프리, ‘고래 및 돌고래 보존협회’ 등 세계적인 환경·동물보호단체도 큰돌고래 추가 수입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한국 정부에 보낼 예정이다.
돌고래 전시·공연의 문제점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환경부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묻지 마’ 수입과 이에 따른 대량 폐사를 막기 위해 사육환경 기준 설정 등 관련 대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희귀동물 사육 열풍과 소규모 이동동물원의 인기로 멸종위기종 수입 건수는 증가 추세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멸종위기종 수입 건수는 2010년 4608건에서 2012년 5961건으로 늘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본 다이지의 큰돌고래처럼 직접 포획한 야생동물의 수입은 금지해야 한다. 환경부에서 이와 관련한 기준을 만들어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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