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탄이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2012년 5월5일치 토요판 1면.
[토요판] 생명
품종: 오랑우탄, 이름: 우탄, 성별: 남, 사망일시: 2012년 6월8일, 사망장소: 동물원 사육실, 임상진단명: 악성 림프육종, 사망원인: 종양 비대에 따른 호흡곤란에 의한 심장마비, 주요 소견: 악성 림프육종 종대에 의한 기관지 압착 및 전신 장기 전이
티브이 스타였던 우탄이(20살 추정·수컷)가 남긴 것은 이 검안서 한 장이었다. 먹성 좋던 우탄이는 1~2주일 전부터 음식을 남기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우탄이가 살던 경기도 고양시의 주주동물원 쪽도 우탄이 진료를 고민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탄이가 죽었다. 지난 6월8일 아침 우탄이는 자신의 방에서 폐사한 채로 발견됐다. 별다른 외상 없이 깨끗한 사체는 해양동물들의 먹이를 보관하는 영하 19도의 냉동실에 보관돼 있다가 저녁에 부검을 받았다. 그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우탄이 사체는 냉동실에 그대로 있다. 동물원 쪽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국내 자원이 적은 오랑우탄 우탄이를 박제해 전시할 계획이다.
동물원은 우탄이의 빈자리를 새로운 오랑우탄으로 채웠다. 4년 전 부산에서 부도난 동물원 ‘더 파크’에서 데리고 있던 복돌이(10살 추정·수컷)를 6000만원 주고 구입해 지난 10월께 주주동물원으로 데려왔다. 동물원 쪽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합법적으로 한국으로 들여온 복돌이에 대한 양도신고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마쳤다고 밝혔다.
복돌이는 우탄이의 과거다. 우탄이가 살던 쇠창살 쳐진 초록색 우리가 현재 복돌이의 집이다. 우탄이가 그랬듯, 동물원에 사는 암컷 오랑우탄 오랑이(9살)와의 합방이 기다리고 있다. 동물원에서는 곰 사육장 한쪽을 빌려 복돌이와 오랑이의 신방을 차려준다는 계획이다. 부산에서 잘 먹지 못하고 갇혀 지내기만 한 복돌이는 다리랑 팔에 근육이 다 빠진 상태. 지금 몸을 만드느라 관람객들을 만나지 못한다. 겨울이 가고 날씨가 푸근해지면 복돌이는 우탄이처럼 우리 안 철창 너머로 관람객을 맞을 것이다.
우탄이와 쇼 동물들의 고단한 밥벌이에 대한 기사(<한겨레> 5월5일치 1면)가 나간 뒤 제보가 이어졌다. 전직 동물원 사육사였다고 밝힌 이는 우탄이가 사람보다 힘이 세지자 우탄이의 손가락 가운데 인대를 잘라 손을 꽉 쥐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고 알려왔다. 동물원 쪽은 그런 적이 결코 없다고 부인했다. 단, 철문을 두번 덧씌웠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힘이 센 우탄이가 볼트를 돌려 풀어버리기 때문에 겹겹이 문을 세워 사람과 격리한 것이다.
어떤 이유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학문적으로 40살까지 사는 오랑우탄의 자연수명이 티브이 동물쇼 스타이자 동물원의 자랑이었던 우탄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쇼를 선보이다 맹수의 길을 선택한 우탄이가 하늘나라에서는 오래오래 살기를. 우탄아, 안녕.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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