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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개 입양 보내는 나라

등록 2012-12-07 20:40수정 2012-12-07 21:14

김보경 출판인
김보경 출판인
[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지난봄 처음 만나 폭풍수다를 떨었던 그녀. 수다의 주제는 노견. 나는 19살 노견을 막 떠나보냈고, 캐나다에 사는 그녀는 17살 노견과 살고 있었다. 노견을 지켜보는 안쓰러움, 그렇기에 함께하는 남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는 이야기까지 눈물콧물 훔치며 나눴다. 그리고 며칠 전 그 아이가 떠났다는 아픈 이야기와 함께 국내 유기견을 캐나다로 입양해갈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새끼를 낳은 어미인데 새끼들은 입양이 되고 어미 개만 입양이 안 되고 남겨진 상태였다고.

요즘 주변에 해외로 입양 가는 유기동물이 꽤 많다. 지난달 일본에 다녀온 지인도 일본으로 입양시킬 유기견 두 마리의 혈액검사를 맡기고 왔다. 광견병 발생국인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동물을 데려가려면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서 미리 준비하고 온 것이다. 내년 봄쯤 일본으로 입양시킬 유기견은 체린이와 린다. 지인은 둘을 임시로 보호하면서 입양시키기 위해서 1년 넘게 노력했다. “강아지 때 입양을 놓치니 힘들더라고요. 그나마 순종이면 나은데 잡종 성견이니 앞으로 입양될 확률이 거의 없어서 국내 입양을 포기했어요.”

꾸준히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입양 활동을 해온 봉사자들 덕분에 최근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구조와 임시보호가 활발한 데 비해 정작 입양은 정체된 느낌이다. 유기동물을 입양할 인구는 한계가 있는데 유기동물이 계속 느니 포화상태가 된 것 같다. 게다가 사람들이 어리고 순종인 동물만 찾으니 나이든 잡종은 입양 확률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이니 믿을만한 입양자만 있다면 해외로도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나도 몇 년 전 지인의 부탁으로 강아지 두 마리를 미국으로 보낸 적이 있다. 생후 3개월 때 보낼 예정이었는데 보낼 곳의 입국 기준 때문에 한달이 미뤄졌다. 그런데 그의 반응이 조금 놀라웠다. “노 프로블럼! 사진 찍어서 보내면 그거 보면서 기다릴게.”

조금이라도 어릴 때 입양하려는 국내 상황과는 사뭇 달랐다. 이러니 입양자의 경제력, 가정환경 등 입양자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하는 해외입양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내가 강아지를 미국으로 보낼 때 마음고생이 심했다.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는 동안 사고가 없을지 속이 탔기 때문이다. 외국으로 입양을 보내는 사람들 마음이 다 나와 같을 텐데, 그럼에도 동물들을 비행기에 태우는 것은 국내에서는 방법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잘 입양만 된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은 곳에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아는 해외입양은 국내에 머물던 외국인이 개고기로 팔릴 개를 구조해 데리고 출국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아동의 해외입양에 이어 유기견도 외국으로 입양 보내는 나라가 되는 건가? 이 땅에서 태어난 생명을 우리가 책임지지 못하는 게 창피하다.

캐나다로 갈 어미 개, 일본으로 갈 체린이와 린다가 부디 새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어미 개는 한국인 집으로 입양되니 걱정이 없지만 일본으로 가는 개들은 의사소통이 걱정이다. “기다려”, “앉아”의 일본말을 알아들어야 할 텐데….

김보경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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