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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서울 새와 시골 새이솝우화 쓴다면?

등록 2012-11-16 19:14

[토요판/생명] 조홍섭의 자연보따리
잘 알려진 ‘시골 쥐와 서울 쥐’ 동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시골 쥐가 먹는 초라하고 거친 음식을 불쌍하게 여긴 서울 쥐는 시골 쥐를 서울로 초대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널렸어도 사람과 고양이 등쌀에 시골 쥐는 맘 놓고 먹을 수가 없었다. 시골 쥐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마음 편한 삶이 낫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고 귀향한다. 정말 시골 쥐는 서울 쥐보다 살기가 나을까. 쥐는 어떤지 몰라도 새를 가지고 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많다.

도시의 소음은 새들의 노랫소리를 바꾸어 놓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참새 노랫소리를 1969년부터 현재까지 비교한 연구 결과를 보면, 도시의 소음이 늘어남에 따라 새들의 노래에서 저음부가 사라지는 변화가 일어났다. 자동차 등 인위적 소음은 대개 저주파 형태를 띤다.

이곳의 참새 노래에는 3개의 사투리가 있다고 저명한 조류학자 루이스 뱁티스타가 1969년 밝힌 바 있는데, 30년 뒤에는 2가지로 줄었고 특히 시끄러운 도심에선 고음의 사투리로 노래하는 참새만 살고 있다. 새들이 주로 노래하는 아침 시간이 출근 러시아워와 겹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런던, 파리 등 유럽의 10개 대도시 안과 주변 숲에 사는 박새의 노래를 비교한 연구도 있는데, 소음에 적응해 도시 박새는 숲 박새보다 노래가 짧고 빠르며 높은 특징을 보였다.

새에게 도시는 각종 스트레스로 가득 찬 곳이다. 소음뿐 아니라 사람과 개, 고양이의 간섭이 심하고 공기도 탁하다. 독일 연구자들은 숲과 도시에서 각각 태어난 검정지빠귀가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조사했다. 그랬더니 도시 검정지빠귀는 숲 친구에 비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둔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도시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인데, 만일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된다면 생식과 면역, 두뇌기능에 손상을 입게 된다.

그렇다고 도시가 새에게 해로운 곳만은 아니다. 도시는 시골보다 온화하고 먹이가 많으며, 사람들의 시선도 농촌보다 따뜻하다. 미국에서의 연구를 보면, 농촌과 달리 도시에선 포식자가 많아지더라도 새의 둥지가 털리는 피해가 늘지 않았다. 도시엔 고양이, 까마귀, 너구리 등 포식자가 득실거리지만 이들의 주 먹이는 새보다는 인간이 남긴 음식이었다.

스페인 과학자들은 최근 도시 새와 시골 새는 포식자를 회피하는 행동에서 일관된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자들은 잡은 새를 손에 올려놓고 출신별로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살폈다. 그랬더니 도시 새는 손가락을 쪼고 몸부림을 치는 등 포식자 대항행동이 시골 새보다 약했다. 도시가 농촌보다 포식압력이 낮다는 반증인데, 실제로 사람이 접근했을 때 도시 새는 시골 새보다 2배나 가까운 거리를 허용한다.

도시 새는 덜 공격적이지만 잡혔을 때 비명을 지르고 풀려날 때 경계음을 내는 비율은 높았다. 친척이 몰려 사는 도시 새들은 위험을 주변에 알리려 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또 도시 새는 잡혔을 때 기절해 뻣뻣해지거나 깃털이 뽑히는 비율이 높았는데, 이는 주요 포식자가 시골에선 맹금류이지만 도시에선 고양이이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죽은 척하거나 깃털만 몇 개 내어 주고 도망치는 자질을 가진 개체들만 도시에서 살아남은 결과이다. 결국 잘만 적응하면 도시는 새들에게 그리 나쁜 곳만은 아닌 셈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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