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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도우미견 있었다면…

등록 2012-11-09 20:48수정 2012-11-09 21:12

김보경 출판인
김보경 출판인
[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화재로 목숨을 잃은 중증장애인 김주영씨의 소식에 참담함이 밀려왔다. 현관까지 고작 다섯 발자국. 다섯 발자국의 간극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보조 지원은 생사를 가르는 것임을 처음 알았다. 기사를 접하며 그녀에게 지체장애인 도우미견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휠체어도 끄는 훈련을 받는 개들이니 다섯 발자국 정도 끌어내는 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짖어서 119가 오기 전 이웃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뿐 아니라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정신지체장애인을 돕는 도우미견이 있다. 지체장애인 도우미견은 휠체어 생활을 하는 장애인에게 일상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아침이면 잠에서 깬 사람을 일으켜 앉히고, 물건을 가져오고,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고, 문을 여닫고, 스위치를 켜고 끈다. 휠체어에서 떨어지면 짖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취재를 위해 만났던 지체장애인은 도우미견을 만나고 “살맛 난다”고 표현했다.

도우미견은 장애인의 심리적인 지지자도 된다. 외출을 하지 않는 장애인이 많은 국내 사정상 도우미견은 장애인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떨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사회적 상호작용도 높인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혼자서 장을 볼 때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횟수가 1회였는데 도우미견과 함께 있을 때는 8회로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존재 자체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니 대단한 능력이다. 게다가 개는 늘 기쁜 마음으로 인간을 돕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나라의 도우미견 육성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역사는 20년이지만 도우미견을 육성하는 곳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와 삼성안내견센터 두 곳뿐이고 그나마 2년 전 삼성은 사업을 축소했다. 그러다 보니 활동하는 도우미견은 100여마리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2만5000여마리의 안내견이 활동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이 분야 역사가 오래된 영국의 경우, 1934년 설립된 영국안내견협회 한 곳에서만 분양한 안내견이 지금까지 2만마리가 넘고, 독일은 안내견 사업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우리도 기업이 아닌 비영리단체가 운영하고 국가가 지원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장애인들은 대부분 처음에 도우미견과 함께 사는 것을 주저했다. 개와 사는 게 힘들 것 같았다고. 도우미견과 버스에 타거나 건물에 들어가려다가 곤욕을 치른 사례가 차고 넘치니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에는 국회에 들어가려던 도우미견도 출입을 제지당했다. 그렇다고 개에 대한 편견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비할까. 인터뷰차 만났던 시각장애인은 대낮에 대로 한복판에서 길을 걷다 살짝 스쳤을 뿐인데 상대 여성이 소리를 지르는 일을 겪은 뒤 주저하던 안내견을 분양받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분양을 위한 교육을 받으면서 실명 후 처음으로 인격적인 대우를 받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요즘은 안내견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와서 무작정 만지는 아이들은 많이 없어요. 그런데 어느 엄마가 ‘안내견은 저 불쌍한 아저씨를 도와주는 개야’라고 아이에게 설명하더군요. 안내견에 대한 배려는 있는데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는 거죠.”

김주영씨가 꿈꾼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 세상까지 얼마나 갈 길이 먼지 잘 보여준다. 그 먼 길에 도우미견이 장애인의 조력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녀의 평안을 빈다.

김보경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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