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경기도 용인시의 테마파크 에버랜드에서 고양이들이 공연을 벌이고 있다. 링 통과하기, 줄넘기, 턱걸이하기 등의 다양한 묘기를 펼치는 가운데 동물을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이어진다. 용인/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생명/에버랜드의 고양이들
안락사 막아주면 쇼에 동원해도 되나
안락사 막아주면 쇼에 동원해도 되나
▶동물들이 좀더 편안한 환경에 살 수 있도록 동물원을 감시하는 시민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 활동하는 ‘본프리’는 동물원의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동물원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동물을 위한 행동’(actionforanimals.or.kr)이 최근 설립됐다. 이 단체와 함께 동물원 연작 보도를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줄 타고 공 굴리고 링 통과하기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하기…
반려동물까지 쇼에 동원
고양이의 독립적 행동 특성상
스트레스 더 극심할 수도
자유이용권 구입해야 관람 가능
사육사가 고양이 끌어안고
“동물을 사랑하자”고 외치지만
‘상업적 서커스 쇼 이용’은 분명 조명이 켜지면 무대 위로 고양이들이 쏜살같이 달려 지나간다. 무대 위로 올라온 배우는 핼러윈 유령에 맞서 싸운다며 고양이들을 차례로 등장시킨다. 고양이는 사육사 지시에 따라 외줄에 올라타 걷는다. 연달아 세워져 있는 작은 막대기 사이를 빠른 속도로 달리기도 하고, 커다란 링 사이를 통과하기도 한다. 어떤 고양이는 공 위에 올라가 공을 굴리고 사육사와 함께 줄넘기도 한다. 쇼의 거의 막바지에 사육사들은 작은 철봉을 들고나온다. 고양이는 그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 묘기를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난생처음 보는 고양이 묘기에 탄성을 지르거나 ‘한 번 더’를 외친다. 음악 소리와 사람들이 내는 탄성, 고양이 쇼를 이끄는 직원의 말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공연장을 울린다. 쇼가 끝나자 사육사가 고양이 한 마리를 무대 앞으로 데리고 나왔다. 사람들은 줄을 서 고양이를 만지고 사진을 찍었다. 경기도 용인시의 테마파크 에버랜드에서 주말에 두 번, 주중에 한 번 선보이는 ‘핼러윈 캣 쇼’의 모습이다. 이 동물공연은 2008년 7월부터 시작됐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고양이 쇼를 기획했다고 에버랜드는 밝혔다. 이 쇼에는 버려진 고양이들이 참여한다. 에버랜드는 10월31일 “현재 보유한 고양이는 37마리이고 이 가운데 29마리의 고양이가 공연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3마리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그리고 20마리는 개인적으로 기증받은 것이라고 한다. 고양이 쇼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이용한 서커스 형태의 쇼는 외국에서도 흔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개와 고양이의 ‘도그 쇼’, ‘캣 쇼’의 경우, 소유주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무대에 등장시켜 외모와 건강상태 등을 자랑하고 순위에 따라 상금을 받는 내용으로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고양이들이 공 타기, 줄넘기 묘기를 벌이는 것은 ‘서커스’로 불리는 상업적 동물쇼의 내용을 고양이에게 적용시킨 셈이다. 그렇다면 고양이 쇼는 교육적일까? 에버랜드는 공연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고양이들의 행동능력(빠른 스피드, 점프력, 중심 잡기)을 잘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일반 가정에서 주인이 개를 훈련시킬 때는 사람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에티켓을 가르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 때문에 대개 반려견과 주인 사이에 시간과 상황의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업적 쇼를 할 때는 일정한 시간에 관람객을 만나기 위해 행동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양이는 일반 가정의 주인과의 사이에서도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동물은 행동학적 특징이 있어 그 특징을 표출시키는 목적에 따라 일정한 훈련으로 강제할 수 있지만, 고양이의 독립적인 특성상 무리한 행동 강제는 스트레스를 유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에버랜드는 “공연 이후 고양이들이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쌓았고, 조금씩 행동을 바꾸어 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고양이가 인간과 소통·교감할 수 있는 반려동물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공연을 위한 연습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동물쇼는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공연업체 ‘애니스토리’가 운영하는 물개·원숭이 쇼, 경기도 고양시 주주동물원에서 열리는 중국 동물원 쇼와 악어 쇼, 서울 여의도 63시티의 물개 쇼, 제주도 서귀포시 점보빌리지의 코끼리 테마 쇼 등이 대표적이다. 원숭이, 물개, 새, 코끼리 등이 주종이다.
동물쇼를 놓고서는 찬반 입장이 엇갈린다. 공연을 하는 쪽에서는 동물의 생태와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동물 본연의 생태 특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행동 특성을 개발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당수 동물쇼는 동물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는 내용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고양시의 주주동물원은 매일 한 번씩 사자에게 공을 타게 하고 곰에게 자전거 타기, 링 체조 등을 시키는 쇼를 보여준다.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어린이대공원에서도 물개와 원숭이가 등장하는 쇼가 열린다. 사자가 공을 타고 물개가 농구를 하거나 관람객과 369게임을 하는 것은 사자와 물개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다.
동물원의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은 한정된 공간에서 무료함을 느끼는 동물들에게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주고 무료한 일상에 자극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동물에게 공을 타도록 하는 것은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에 없다. 업체의 주장과 달리 동물쇼가 사실상 사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기 위한 상업적 쇼라는 얘기다. 김진석 건국대 수의대 교수도 고양이 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동물쇼 자체는 상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강요하게 될 경우 반려동물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일정 시간 고양이들에게 그런 무리한 쇼를 시키는 것은 상업적 서커스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길에서 사는 고양이는 괜찮은가? 반려동물인 고양이의 경우 소유주가 없는 경우에 이를 해결하는 인도적인 방법들이 있다.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의 마릿수가 늘어나는 경우 현재는 ‘포획과 중성화 수술 뒤 방사’(TNR: trap-neuter-return) 방식이 이용된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길고양이들은 비교적 평화로운 삶을 살 기회를 갖게 됐다. 보호자가 있는데 유기된 동물일 경우, 동물보호소에서 관리하다가 일정한 보호기간이 지난 다음 새로운 입양자를 찾아주는 게 원칙이다.
현재 고양이 쇼는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구입 후 관람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반려동물을 상업적 쇼에 이용하는 셈이다. 쇼가 끝날 때 사육사들은 고양이를 안고 ‘동물을 사랑하자’고 외친다. 유기동물보호소에 있다면 안락사됐을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취지라지만(일정 기간 안에 입양되지 않은 유기동물은 일반적으로 안락사된다), 동물의 안락사를 피해야 하는 것과 이를 쇼에 동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생명을 살리자는 취지라면 이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해도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전경옥/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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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에서 공연을 벌이는 고양이 중 대다수는 유기동물보호소 등에서 기증했다. 주인을 찾지 못한 고양이는 동물보호소에서 절반 이상이 안락사된다. 에버랜드는 교육적 내용의 공연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세계적으로 윤리적 논란을 부르고 있는 동물 쇼를 국내 최대의 테마파크인 에버랜드가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용인/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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