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수렵채취인 산 족. 인류 역사 8000세대의 삶은 생물학적으로 이들과 비슷했지만 마지막 4세대 동안 극적으로 바뀌었다. 이언 비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토요판]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인간은 동물이다. 백과사전에서 ‘인간’을 찾아보면, 인간의 위치는 분류 단계별로 동물계 척색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에 포함되는 사람종이라고 나온다. 린네가 1758년 이 종에 ‘호모 사피엔스’란 학명을 붙였다.
인간은 매우 특이한 동물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가 <인간 동물 문화>(이담, 2012)에서 정리한 내용을 보면, 두뇌가 크고 말과 불을 사용하는 것 말고도 여러 측면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큰 차이를 보인다.
고래나 개미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일반적으로 몸이 큰 동물은 수가 적고 작은 동물은 많다. 사람은 몸이 큰데도 수가 아주 많다. 어릴 때부터 코끼리, 기린 등 큰 동물을 주로 익혀서 그런지 우리가 얼마나 큰 동물인지는 실감하지 못한다. 사실 지구에 있는 생물의 95%는 달걀보다 작다. 지구의 인간 성인 무게를 모두 합치면 2억8700만t에 이른다. 전체 무게로 쳐 지구에 사는 어떤 단일 종보다 무겁다.
인간은 유력한 무기인 입을 소통수단으로 바꾸면서 턱 근육이 약해져 무는 힘이 침팬지의 3분의 1, 고릴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완전한 직립을 하면서 골반이 좁아져 여성은 극심한 산고를 겪고, 항문이 늘 심장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만성적으로 치질에 시달린다.
오래 달리기를 위한 적응 과정에서 다른 동물이 보기엔 우스꽝스럽게 털이 없어지고 땀샘이 발달했다. 또 성장기간이 길어 부모가 오래 돌봐야 하는 것도 약점이다.
김 교수는 인간이 이런 취약점을 극복하게 된 요인으로 큰 두뇌와 언어·소통능력, 사냥에 필수적인 오래 달리기, 불의 사용을 꼽았다. 여기에 더해 인간에겐 다른 어떤 동물도 따라오지 못할 생물학적 능력이 있다. 잘 죽지 않고 오래 산다는 것이다.
오스카어 부르거 독일 막스플랑크인구연구소 박사팀은 최근 선진국과 아프리카 부시먼 등 수렵채취인 그리고 침팬지의 사망률을 전 연령대에 걸쳐 비교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수렵채취인의 사망률 곡선은 현대인보다 오히려 침팬지에 가까웠던 것이다.
수렵채취가 인간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한 삶의 형태임을 고려할 때, 인간의 최근 변모는 주목할 만하다. 사망 확률 면에서 일본의 72살 노인은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30살 수렵채취인과 같다. 수렵채취인은 이미 다른 영장류보다 수명이 긴 상태이다. 15살짜리 야생 침팬지와 63살짜리 수렵채취인의 연간 사망확률은 4.7%로 같다. 15살 수렵채취인의 사망확률 1.3%는 69살 스웨덴인의 것과 같다. 15살의 선진국 사람은 같은 나이 수렵채취인보다 사망률이 100분의 1에 그친다.
기대여명으로 따져 본다면, 수렵채취인으로 태어나면 31년을 살 수 있고 스웨덴인은 1800년 32살에서 1900년 52살, 요즘엔 82살까지 산다. 인류 역사 전체인 8000세대 가운데 마지막 4세대 동안 종 차원의 비약을 한 것이다.
부르거 박사는 이런 변화가 여러 나라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동물실험 결과보다 커 유전적 변화보다는 공공보건, 위생, 영양, 교육, 주택 등 환경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동물은 이런 지속적인 환경 개선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인간만의 현상이라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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