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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제가 물어보면 고양이가 사진을 보내줘요

등록 2012-09-14 20:46수정 2012-09-25 17:01

인간은 고양이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고양이도 인간에게 무언가를 원한다. 동물과 인간의 의사소통은 얼마나 가능할까?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의 고양이다락방 강남점에서 만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김동기(49)씨가 동물과의 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고양이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고양이도 인간에게 무언가를 원한다. 동물과 인간의 의사소통은 얼마나 가능할까?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의 고양이다락방 강남점에서 만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김동기(49)씨가 동물과의 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요판] 생명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세계
개·고양이들아, 터놓고 얘기 좀 해보자
▶ “인간의 세계에서는 글씨를 모르면 머리가 나쁜 겁니다. 책이나 신문을 못 읽으면 머리가 나쁜 겁니다.” “그러나 자네는 이렇게 고양이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 “네” 하고 나카타 상은 말했다. “아무나 고양이하고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잖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머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당신이 순수한 소년의 정신을 가졌다면, 동물과 대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 복잡한 문법체계로 구성된 언어, 고도의 사회 조직과 문화가 오히려 다른 존재와 교감을 방해한다. 가장 단순한 소통은 엄마가 아기의 감정을 느끼고, 사람이 집안 강아지의 기분을 알아채는 것과 같다. 어떻게 동물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김동기(49)씨의 대답이다.

“미국에서 웹디자인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왔어요. 5년 전 시추 ‘줄리’가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심장병에 걸려 숨졌죠. 줄리는 가족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깊은 관계였습니다. 그가 떠나고 그와 소통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죠.”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동물을 보고 마음과 생각을 읽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인간에겐 본능적으로 동물과 직관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지난 12일 서울시 서초동의 카페 ‘고양이다락방’ 강남점에서 만난 김씨는 동물과의 대화가 ‘초능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내 머릿속에 든 생각과 동물의 머릿속에 든 생각을 교환하는 것이죠. 이를테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니?’ 하고 내가 물어보면, 동물이 이미지를 보내줍니다. 그냥 사진 한 장이 아니라 감정과 사건을 담은 사진을 보내주는 거죠. 그걸 주고받으며 동물과 얘기합니다.”

동물 전문 서적 출판사를 운영하는 김보경씨는 “미국에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역사는 40~50년이 되었다”고 말한다. 리디아 히비, 마타 윌리엄스 등 스타 커뮤니케이터들도 있다. 리디아 히비는 1975년 쓴 책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에서 ‘이미지 대화법’이라는 표현으로 동물과의 대화를 설명한다. 엄마가 옹알이도 못 하는 아기와 자연스럽게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것처럼 동물과의 대화는 아기였을 때 엄마와 나눈 본능적이고 자연적인 대화법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직관적 의사소통의 원리는 현대 과학에서 증명되지 않았다. 동물의 언어를 사람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정확도 또한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의사소통 직후 동물의 행동을 확인함으로써, 의미 전달이 성공했는지 알 수 있다고 김씨는 말한다. “언젠가 주스가 먹고 싶어서 냉장고에 가서 주스를 꺼냈죠. 그런데 줄리가 뒤에 앉아 있어요. 보통 무심코 지나치지만 그 전에 대화가 이뤄진 거죠. 그런 일이 쌓이면서 동물과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사람들은 자신이 기르는 개나 고양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소통을 거부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는다. 개가 갑자기 밥을 먹지 않고 우울해하거나 다른 개를 괴롭히는 등 이상행동을 보일 때다. 동물병원에는 정신과가 없으니 커뮤니케이터들이 이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터들은 동물과 대화를 통해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김씨가 한 상담사례를 설명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동물 대화는 동물행동학 등 과학과 애니미즘 등 비과학이 혼재됐다. 소통에 대한 절실함과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동기씨는 교감 경험을 담은 책을 낼 예정이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동물 대화는 동물행동학 등 과학과 애니미즘 등 비과학이 혼재됐다. 소통에 대한 절실함과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동기씨는 교감 경험을 담은 책을 낼 예정이다.

우울해하거나 친구 괴롭힐 때
대화 통해 원인 찾아주는 이들
아직은 과학과 비과학 경계에…

“인간이 우월하단 생각 버리고
부드럽게 눈을 맞출 것
편하게 말을 건넨 뒤
동물의 마음에 귀 기울일 것”

“한집에 세마리 개가 함께 사는데, 그중에 서열 1위가 서열 3위를 물어서 동맥이 터졌어요. 하지만 공격하는 개라고 모두 나쁜 개는 아닙니다. 그 개와 이야기를 해보니 끔찍한 기억이 있었대요. 어느 날 산책 도중 가족을 잃어버렸고 폭죽 소리를 듣고 공포에 떨었죠. 그 뒤로 더 소심해지고 다른 개를 공격하는 성향이 나타난 거였습니다.”

김씨는 개들에게 ‘이이제이’의 해법을 제시했다. 서열 1위의 ‘오른팔’ 역할을 하던 서열 2위에게 가장 약한 3위를 챙기라는 메시지를 줬다. 며칠 뒤 다시 그 집을 찾았을 때 세마리는 소파 위에서 평화롭게 누워 있었다고 한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의 말을 들어보면, 동물은 인간의 부재로 인해 상처받기도 하고 인간에게 미안해하기도 하고 인간을 배려하기도 한다. 도구를 이용하는 침팬지, 장례 행동을 하는 코끼리 등 동물도 이성과 감성을 가졌다는 게 동물행동학을 통해 밝혀졌지만, 아직 배려와 희생 등 깊은 교감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상호작용은 여전히 수수께끼의 영역이다.

국내에는 김씨를 비롯해 5명 안팎의 유명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지 대화법뿐만 아니라 동물행동학이나 동물심리학에서 연구된 지식도 이용된다. 국내 제1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불리는 박민철씨는 ‘토킹애니멀즈’를 세워 교육과정을 통해 동물 대화법을 가르치고 자격증을 발급한다. 커뮤니케이터들은 사진이나 전자우편을 통해 상담해주기도 한다. 동물과의 대화는 여전히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에 있지만, 호기심과 소통 욕구를 가진 반려동물 보호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커뮤니케이터들에 따르면, 동물과 대화하는 것은 인간의 우월적 위치를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동물과 시선을 맞추고 편하게 말을 걸고 이미지를 떠올린다. 교육 과정에서는 명상 훈련, 행동 교정, 동물 문화 교육 등이 포함된다. 이를테면 동물의 시공간 개념이 인간과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동물은 5분과 5시간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온종일 집을 비웠다가 돌아올 때나 잠깐 슈퍼마켓에 갔다가 돌아올 때 똑같이 개가 반갑게 맞이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말에 객관성과 절대성을 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그저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받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게 좋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의 조희경 대표는 2008년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방송에서 소개된 직후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몰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수의사나 동물보호단체 등 대부분 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의 지나친 상업화도 경계한다. 조 대표는 “직관적 의사소통을 무시할 수 없지만,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반려동물의 가족”이라고 말한다. 올리브동물병원의 박정윤 수의사는 동물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만큼 교감의 수준은 높아진다고 말한다.

“동물과 함께 살다 보면 배가 고픈지 놀아달라는 건지 기본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주 말을 걸고 대화를 하는 만큼 소통의 폭이 커집니다. 동물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게 중요해요.”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촬영협조 고양이다락방 강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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