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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대형마트의 배신

등록 2012-09-14 20:44수정 2012-09-25 17:01

김보경 출판인
김보경 출판인
[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요즘 동네를 걷다 보면 대포만한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개발이 안 된 옛날 동네의 모습을 담으려는 것이다. 이런 동네에 살고 있으니 근처에 대형마트가 있을 턱이 없어서 가본 적도 거의 없는 내게 최근 마트 관련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동네 이마트에서 반려동물을 판다는 것이다.

유기동물 문제는 여러 가지 해법이 있지만 동물의 생산·판매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유기견 한마리가 어렵게 입양될 때 잠재적 유기견이 수없이 태어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작년에 갔던 유기동물 보호소 옆에는 개 농장이 있었다. 봉사자들이 똥을 치우며 땀을 흘리는 사이 옆에서는 개들이 계속 태어나고 팔려나가는 식이다.

물론 동물판매 관련 법 개정과 동물단체의 노력으로 사정은 나아지고 있다. 갓 태어난 강아지를 박스에 넣어 길거리에서 파는 사람들이 사라졌고, 온라인 쇼핑몰인 지마켓도 동물판매를 금지했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대기업의 동물판매라니.

이마트는 현재 직영으로 15곳이 넘는 몰리스 펫숍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에 나갈 때면 펫숍을 들르는데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대형 매장이 부러웠다. 먹을거리와 소품 구입, 교육 공간과 동물 책이 가득 꽂힌 독서 공간은 반려인이자 동물 책 만드는 나에게는 천국이었다. 그래서 국내에 대형 펫숍이 생겼다고 했을 때 반가웠는데 동물판매를 하다니 배신이다.

생명을 사고파는 것이 온당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건너뛰더라도 동물판매는 동물학대로 가기 쉽다. 동물들은 온종일 불빛과 소음에 시달리다가 밤에는 좁은 공간에 홀로 버려지고, 판매율을 높이려면 점점 어리고 귀여운 새끼들이 판매될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생활공간인 마트에서의 판매는 충동구매를 부추기고, 충동구매는 유기동물로 이어진다.

유기동물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매년 100억원에 이르는 관리·처리 비용도 문제지만 건강한 생명이 강제로 죽임을 당하기 때문이다. 안락사가 거의 없는 독일은 생산·판매 규제가 강력해서 동물을 입양하고 싶어도 구입할 곳이 없어 유기동물 보호소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생산·판매 규제가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너무 쉽게 동물을 사고판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10만원짜리 다양한 개가 전시되고, 택배로 배달도 가능하며, 아직도 동물을 파는 동물병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동물판매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도’ 하는 게 문제다. 그들은 앞으로 유기동물 후원 사업을 펼칠 게 뻔하다. 대기업이 늘 하는 식이니까.

만약 진심으로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의 발전을 바란다면 유기동물 후원 사업을 할 게 아니라 동물판매를 하던 곳을 유기동물 입양 공간으로 내주면 어떨까? 최근 한 동물단체가 도심에 유기동물 입양센터를 마련했는데 입양률이 높다. 다른 보호소와 달리 깨끗한 환경과 뛰어난 접근성 덕분이다. 쾌적한 환경과 접근성으로 따지면 이마트만한 곳이 있을까?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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