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품에서 어린 고양이가 편안하게 잠들었다. 클라우디오 마쓰오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토요판] 생명 /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요즘 시대의 화두는 ‘소통’이다. 대선 후보의 가장 중요한 자질의 하나로도 소통 능력을 꼽는다. 동물세계에서도 소통은 없어서 안 되는 생존 수단이다. 게다가 종의 차이를 뛰어넘는 소통도 흔하다.
흔히 개와 고양이는 천성적으로 맞지 않아 아옹다옹 다투는 관계로 묘사된다. 행동도 종종 정반대다. 고양이는 화가 나면 꼬리를 홰홰 내두르는데 개는 반가울 때 그런다. 개가 으르렁거리면 조심하라는 경고이지만 고양이의 그르릉 소리는 기분 좋다는 표시다. 개가 귀를 뒤로 젖히면 쓰다듬어 달라는 뜻이지만 그런 고양이를 만지다간 할퀴이기 십상이다.
이렇게 사사건건 반대이니 만나면 싸움부터 하겠다고 짐작하면 오산이다. 실제로 개와 고양이를 함께 기르는 사람들에게 들어보면 싸우는 것보다 형제처럼 잘 지내는 관계가 훨씬 많다. 개와 고양이는 소통법을 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과학자는 개와 고양이가 이처럼 엇갈리는 행동 신호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연구했더니 놀랍게도 대부분 자기 종에게는 정반대의 의미가 있는 상대의 몸짓언어를 잘 이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코를 맞대고 인사를 하는 습성이 있는데, 개는 서로 엉덩이 냄새를 맡기는 해도 코를 맞대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는 이런 인사법을 배운다.
개와 고양이가 이처럼 차이를 넘어 소통을 할 수 있는 데는 오랜 가축화 과정 속에서 주인의 행동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을 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육종이 기본적으로 어릴 때 형질을 어른이 되어서도 유지하도록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다.
물론 개와 고양이 사이의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먼저 어릴 때 만날수록 좋다. 고양이는 여섯달 이전, 개는 한돌 이전이면 훨씬 쉽게 상대를 받아들인다.
개와 고양이를 처음부터 함께 키운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개와 고양이 어느 쪽을 먼저 집에 들일지도 신경써야 한다. 언뜻 고양이는 외톨이에 자기 영역을 중시해 남을 받아들이길 꺼리고 반대로 개는 사회성 동물이어서 훨씬 관용적일 것 같다. 그러나 실상 이런 순서에 민감한 것은 개이고 고양이는 대범한 편이다.
개는 고양이보다 가축화가 훨씬 많이 진행돼 있어 사람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높다. 다시 말해 주인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게 개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나중에 들여온 고양이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걸 시기하고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다. 고양이뿐 아니라 아기가 태어나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개가 있다.
종을 넘어선 소통이 가축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일본사슴은 일본원숭이가 녹나무 열매를 먹을 때 내는 소리를 알아듣는다. 일본원숭이의 특정 울음소리는 일본사슴에게 만찬 초대사이다. 다른 종의 경계음을 듣고 도망치는 단순한 행동보다 차원이 높다. 곤충 세계에는 더 미묘하고 복잡한 소통이 흔하다. 딱정벌레 애벌레가 뿌리를 갉아먹으면 식물은 화학물질을 내뿜어 경계 신호를 보낸다. 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는 그 신호를 보고 다른 식물로 방향을 돌린다. 땅속과 땅 위의 벌레가 ‘초록 전화’(식물)를 이용해 소통하는 셈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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