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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해충의 친구’ 개미는 해충일까

등록 2012-08-17 20:54수정 2012-08-17 21:00

[토요판]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제비는 해충을 잡아먹어 이로운 동물이고 참새는 나락을 먹으니 나쁘고….” 어릴 때 배운 이런 생물 ‘지식’은 자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예를 들어, 개미는 식물에 낀 진딧물을 돌봐주는 대가로 꽁무니에서 당분을 얻어먹는 공생을 한다.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는데, 그러면 개미는 해충일까. 개미를 모두 없애면 진딧물도 사라지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자연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직감으로 안다.

그저 당하고만 있을 것 같은 식물도 가시나 털, 독성물질로 자신을 방어한다. 적의 적을 유인하는 교묘한 수법을 쓰기도 한다. 초식성 곤충이 공격을 시작하면 휘발성 물질을 발산해 포식곤충을 유인하고, 달콤한 진액을 분비해 개미나 말벌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잎 뒷면에 곤충을 잡아먹는 응애가 살 수 있는 작은 집을 마련해 주는 식물도 많다. 김갑대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의 조사에선 산분꽃나무 잎 하나에 그런 집이 평균 24개나 발견되기도 했다.

동물 세계에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혀를 내두를 책략이 동원된다. 멕시코 치아파스의 한 커피농장에서 밝혀진 일이다.

일부 커피나무에 사는 아스테카개미는 진딧물과 비슷한 커피나무의 심각한 해충인 깍지벌레와 공생한다. 분비물을 먹는 대신 이들의 천적인 무당벌레의 접근을 막아준다. 무당벌레 성충이 나무에 있는 것을 보면 물어서 쫓아내거나 아예 죽이기도 한다. 나무를 꼼꼼히 조사해 무당벌레가 낳은 알을 말끔히 제거하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커피농장에선 개미가 있는 나무일수록 무당벌레가 많다. 어떻게 개미의 등쌀을 이길까.

연구진은 개미의 특이한 행동을 관찰했다. 이 개미는 벼룩파리과의 작은 기생파리를 끔찍하게 무서워한다. 이 파리는 개미의 머리에 알을 낳아 애벌레가 개미의 머리를 잘라낸다. 기생파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개미의 움직임을 감지해 공격한다. 따라서 기생파리가 나타나면 개미는 갑자기 얼어붙는다. 동시에 동료에게 이를 경고하는 미량의 화학물질인 페로몬을 방출한다. 개미 무리의 활동은 절반 이상 감소하며 그 기간이 2시간이나 지속되기도 한다. 무당벌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깍지벌레의 배 밑에 알을 낳는다. 이런 페로몬 감지 능력은 무당벌레 암컷, 특히 임신한 개체한테 뛰어났다. 결국 개미는 친구인 깍지벌레뿐 아니라 뜻하지 않게 그 천적인 무당벌레의 애벌레까지 지켜주는 셈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흥미로운 건, 이곳의 커피나무가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종이어서 이런 복잡한 관계가 형성된 것이 불과 300년 안쪽이란 사실이다. 이런 종류의 상호관계가 자연계에 상당히 흔할 것이라고 추정하게끔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커피농장에서 깍지벌레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구진은 개미가 없는 나무에서 무당벌레의 애벌레는 대부분 다른 기생 포식자 때문에 희생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개미가 사는 나무는 역설적으로 무당벌레에겐 피난처인 셈이다. 개미가 사는 커피나무가 전체의 3~5%밖에 안 되지만 무당벌레가 증식하는 보육장 구실을 해 전체 농장에 무당벌레 성충이 퍼진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면, 적어도 멕시코 커피농장에선 깍지벌레 피해를 줄이려면 개미를 박멸할 것이 아니라 보전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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