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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개의 건강을 위한 채식

등록 2012-07-27 21:00

 김보경 출판인
김보경 출판인
[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한 보수 일간지가 ‘개고기만 먹은 암환자, 놀랍게도…’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올렸다. 혀를 차고 있던 차에 <한겨레>에 개 식용 기사가 2면에 걸쳐 실렸다. 16년 전 <한겨레21>이 문화상대주의의 시각으로 개 식용을 옹호하는 특집 기사를 내자 법정 스님이 벼락같은 호통으로 장문의 글을 쓰셨던 게 생각나 피식 웃었다. 생명권은 진보의 가치니까.

개 식용의 주요 고객인 중년 남자를 설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건강이다. 나이 들면서 육식은 줄이는 게 좋고, 개도 다른 가축과 마찬가지로 기르는 과정에서 많은 약물을 사용할 텐데 규제도 없다고 말하면 귀를 기울인다. 게다가 개를 도살하고 남은 부산물을 다시 개에게 주는 것이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광우병은 소에게 소의 부산물을 주어서 생긴 것이고, 인육 전통이 있는 곳에서 광우병과 유사한 질병이 있었다고 덧붙이면 효과는 급상승이다. 개 식용은 전통문화, 문화사대주의라며 바락바락 대들던 지인들도 중년이 되더니 ‘건강을 위해서’라는 말에 제법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요즘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종종 직구를 던질 때가 있다. 애정이 있는 이들과는 현재 육식주의 시스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1년이면 인간을 위해 도살되는 동물이 580억마리다. ‘개만’이 아니라 ‘개부터’ 시작해 육식을 줄이자는 말이고, 그 시작은 사람에 따라 닭도, 돼지도 될 수 있다. 개, 소, 돼지, 닭 모두 똑같은 생명이다. 등가인 것이다. 그래서 동물보호 활동가, 반려동물을 키우며 생명권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은 육식을 줄인다. 복날 “개 먹지 말고 삼계탕 드세요”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모든 생명이 등가인 것은 맞는데 또 약간 다르다. 생명의 가치가 다른 게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보낼 모자를 뜨고 결연을 맺는 것처럼, 함께 사는 반려동물과 똑같은 모습의 동물이 잔인하게 죽는 모습에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공감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건강을 생각해 개를 먹지 말라는 내 얘기를 기껏 열심히 듣더니 “그래서 우린 안전하게 시골집에서 키운 개만 먹어” 이렇게 대답하는 지인이 있었다. 강적이다. 그런데 얼마 전 시골집에 갔는데 올해 복날용 개가 뛰어와 꼬리를 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란다. 개와 공감한 것이니 그 녀석은 아마 올여름을 무사히 날 것이다.

“예전엔 보신탕 좋아했는데 개 키우니까 못 먹겠더라고. 애완용, 식용이 어딨어. 개가 다 같은 개지.”

요즘 이런 간증을 종종 듣는다. 반려동물과 사는 인구가 늘면서 생긴 변화다. 동물과 가족처럼 자란 사람이 늘고 세대가 바뀌면 개 식용 문화는 자연스럽게 소수문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때까지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필요하고 논란 적고 효과적인 건강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가능하면 육식주의 문제로 접근하련다. 물론 피곤하지만 그게 정직한 방법이다. “나는 내 건강이 아니라 닭의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한다”고 말했던 채식주의 작가 아이작 싱어처럼 “네 건강이 아니라 동물의 건강을 위해 육식을 줄여!”라고 설득할 내공을 갖추고 싶다.

김보경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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