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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시멘트 나오는 석회암 지대에 휘귀식물 많이 자라

등록 2012-06-22 21:02수정 2012-06-22 21:23

강원도 영월 석회암 지대에 자생하는 산작약. 세계적인 희귀식물로 국내에서도 절멸 위기에 놓여 있다.
강원도 영월 석회암 지대에 자생하는 산작약. 세계적인 희귀식물로 국내에서도 절멸 위기에 놓여 있다.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자연에서도 역경 속에 인물 난다
19세기 초 아마존 열대우림을 처음 탐험한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탄복했다. 하늘을 가리는 숲과 덩굴, 나무 표면을 뒤덮은 난초와 고사리, 형형색색의 나비와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벌레 소리….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처음 보는 생물종이 출현하는 이곳의 자연은 분명 풍요롭고 생산적이라고 믿었다. 열대에 관한 유럽인의 환상은 이렇게 형성됐다.

하지만 열대지역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정착하면서 환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토질이 너무 나빠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훔볼트가 아마존 내륙을 탐험하면서 든 의문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추운 안데스 고지대에는 인디언 문화가 상당한 규모로 유지되고 있던 반면 저지대의 열대우림에선 적은 수의 원주민이 석기시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물학자는 생물다양성이 비옥함이 아니라 결핍의 결과라는 사실을 안다. 열대림에는 생물의 양이 아니라 종류가 많다. 중앙아메리카의 남한 절반 크기인 코스타리카 열대림에는 북아메리카 대륙 전체보다 많은 종류의 새가 산다. 아마존에선 같은 종의 나비 10마리를 잡는 것이 열 종의 나비를 채집하기보다 어렵다. 비옥한 땅에서 강한 종 한둘이 전체를 점령한다면 척박한 곳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결핍을 극복한 종들이 작은 영역을 차지하며 살아간다.

최근 식물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식물이 사는 곳이 어딜까 조사했다.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열대우림이 가장 다양했다.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의 열대림 1㏊(1만㎡)에서 최고 942종의 고등식물이 관찰됐다.

그런데 좁은 면적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면적이 50㎡ 이하인 곳을 비교하면 세계에서 가장 생물 다양성이 높은 지역은 열대 지역이 아니라 온대 초원지대이다. 독일 국경지대에서 체코, 에스토니아, 루마니아에 이르는 동유럽과 아르헨티나의 초지대가 그곳이다. 아르헨티나의 초원은 ㎡당 고등식물이 89종, 루마니아 초원은 10㎡당 98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생물이 풍부한 초원지대는 개발된 곳도 아니지만 자연 지역도 아니다. 방목, 꼴 베기, 화재 등 교란이 신석기시대 이래 수천년 동안 계속된 곳이다. 또 대부분 석회암 암반의 반 건조 지대란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동유럽 초원지대의 생물 다양성이 높은 까닭은 외부에서 새로운 종이 다수 유입됐고 꼴 베기 등을 통해 한두가지 생물종이 지역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인위적인 교란을 계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석회암 지대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석회암 지대에 희귀한 식물이 많이 산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메마른데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석회암 지대에는 어느 곳에나 사는 식물은 발을 붙이기 힘들고 가혹한 환경을 견디는 종만 살아남는다.

인간 사회에서도 역경은 위인을 낳는다. 석회암 지대는 식물에게 동강할미꽃 같은 새로운 종을 탄생시킬 역경인 셈이다. 산작약처럼 드물고 아름다운 식물을 비롯해 갈기조팝, 사창분취, 산토끼고사리, 자병취, 털댕강나무 등 식물을 웬만큼 안다는 사람에게도 낯선 이름의 독특한 식물들이 이 지역에 자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석회암 지대는 여태껏 그저 시멘트 원료가 나오는 곳 정도로만 쳤다. 산을 통째로 파괴하기 전에 그곳에 어떤 생태학적 보물이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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