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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개 운동장은 예산낭비?

등록 2012-06-15 20:16

김보경 출판인
김보경 출판인
[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경기도 성남시의 ‘애완견 놀이터’(개 운동장) 조성 사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언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한겨레> 6월6일치 보도). 기사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성남시가 시의회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데도 개 운동장을 재추진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성남시 관계자가 말하듯 개 운동장은 개와 반려인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을 위한 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서 개와 하는 산책은 하는 사람이나 지켜보는 사람이나 다 불편하다. 반려인은 개 줄을 끌고 똥봉투를 들었음에도 “개새끼를 왜 밖에까지 끌고 다녀”라고 막말하는 사람들을 맞닥뜨리기 십상이고, 비반려인은 상쾌한 산책길에 개똥이 뒹구는 걸 보고 기분을 잡친다. 점점 서로에 대한 반감만 커지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개를 싫어하는 이유는 대체로 일상적인 것들이다. 공동주택에서 시도 때도 없이 짖고 뛰어 아랫집이 불편하고, 길에서 만나면 달려들면서 짖기 일쑤다. 개 데리고 산책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다. 일단 산책하면서 똥 안 치우고, 개 줄을 매지 않거나 맘껏 길게 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건 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이는 순식간에 바뀌기보다 반려문화와 시민의식이 성숙하면서 천천히 나아질 것이다.

그런데 개의 문제는 개가 마음껏 운동을 하면 대부분 해소된다. 개는 먹는 것만큼 무리와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 동물이다. 그런데 다른 개들도 만나지 못하고 온종일 실내에 갇혀서 지내니 짖고 물고 대드는 여러가지 문제를 나타낸다. 이런 개들에게 개 운동장은 사회성도 기르고 운동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개들이 개 운동장에 모여 있으면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눈에도 띄지 않을 테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는 도시마다 도그파크, 도그런이라고 불리는 개 운동장이 있다. 5년 전 미국 뉴욕을 찾았을 때 도그파크를 둘러보았다. 시설물이라고는 울타리, 의자 몇 개, 수도 시설이 전부였고, 출입구엔 똥봉투가 매달려 있었다. 대형견·소형견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고, 사고 방지를 위해 12살 이하 어린이는 출입 금지, 개똥은 스스로 치우고, 예방접종을 마친 개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전부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개와 다닐 곳이 많지 않다. 근린공원은 눈치 보이고, 규모가 큰 공원은 ‘애완견 출입금지’인 경우가 많다. 대학 캠퍼스도 개를 반기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개와 함께 동네에 있는 대학 캠퍼스를 찾았다가 쫓겨났다. 쫓겨나지 않으려면 경비 눈을 피해 다니는 방법밖에 없다. 이럴 때면 개랑 산책하는 게 죄인가 싶다.

개 운동장이 필요한데 성남시의 재정 상태가 문제라면 예산을 줄이면 된다. 기사에 따르면 1억원의 용도는 울타리와 휴식공간 설치, 잔디 심기, 선진국 견학 등이다. 우선 잔디는 개들이 뛰고 파헤치다 보면 금방 사라질 테니 필요가 없다. 휴식공간도 햇살을 피할 천막과 의자 몇 개면 된다. 울산 남구가 이미 올해 초 개 운동장을 열었고, 외국의 개 운동장을 견학하고 조사한 반려인이 많으니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외국 견학은 미뤄도 된다. 이렇게 하면 예산이 반 이상 줄지 않을까? 필요한 사업이니 돈 때문에 접을 것이 아니라 최대한 예산을 줄여 시도하면 좋겠다. 김보경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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