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귀신고래는 러시아 사할린 연안에 130마리 남아 있다. 최근 이곳에 사는 귀신고래 ‘바바라’가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한 채 멕시코의 바하칼리포르니아까지 갔다 온 것이 밝혀졌다. 고래연구소 제공
[토요판] 생명
귀신고래의 이상한 여행
귀신고래의 오른쪽 머리와 입 주변은 상처투성이입니다. 개펄을 기어다니는 갑각류를 좋아하는데 먹이를 먹기 위해서 주로 머리의 오른쪽 부분으로 개펄을 헤집기 때문이죠. 귀신고래는 혹등고래와 함께 수면 위에서 가장 활동적인 고래이기도 해요. 배 근처에서 수면 위로 솟아올라 입에서 물을 토해내면서 떨어지는 ‘고래뛰기’가 장관입니다. (고~래?) 다음주는 낚시터로 가보겠습니다.
통상적으론 동해·일본 동해 서식
40여년 전부터 꼭꼭 숨어 한국계, 남은 개체 130마리
캘리포니아계와 짝짓기땐
멸종위기 극복에 도움 될수도 “한국계 귀신고래를 찾습니다.” 2008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은 한국계 귀신고래에 포상금을 내걸고 있다. 귀신고래 사진을 찍으면 500만원, 혼획(그물에 우연히 걸림)됐거나 좌초한 개체를 신고하면 1000만원을 준다. 여태껏 포상금을 받아간 이는 아무도 없다. 한국계 귀신고래는 1965년 한반도 연안에서 5마리가 포획된 뒤 관찰되지 않고 있다. 귀신고래는 세계적으로 3개 개체군이 있는데, 이 중 한국계 귀신고래(서태평양 개체군)는 여름에 러시아 사할린과 캄차카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겨울엔 동해나 일본 동해를 지나 따뜻한 남중국해로 내려가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한국계 귀신고래가 미국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까지 갔다 온 사실이 확인됐다. 기존의 가설을 뒤엎는 ‘이상한 여행’에 대해 해양포유류 학자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지난해 10월,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의 해양포유류연구소는 사할린 앞바다에서 9살 난 암컷 귀신고래 ‘바바라’에게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했다. 한국계 귀신고래의 정확한 회유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바바라는 예상을 뒤엎고, 일본과 한국 등 남쪽이 아니라 태평양 동쪽으로 헤엄쳤다. 지난해 11월27일 사할린을 출발한 바바라는 베링해를 건너 한 달 뒤인 12월24일 알류샨 열도에 도착했다. 그러곤 북아메리카 대륙에 바짝 붙어 헤엄치면서 캐나다 밴쿠버, 미국 시애틀을 거쳐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의 아열대 바다까지 내려갔다.
바하칼리포르니아는 캘리포니아 귀신고래라고도 불리는 동태평양 개체군이 겨울을 나며 번식하는 곳이다. 봄이 되면 이들은 북아메리카 연안을 따라 올라가 알래스카와 베링해 연안에서 여름을 나며 먹이활동을 한다.
바바라는 왜 캘리포니아에 갔을까?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사할린에서 한국계 귀신고래를 연구한 김현우 고래연구소 연구원은 20일 이렇게 말했다.
“바바라가 애초 한국계 귀신고래가 아닐지도 모르죠. 캘리포니아 귀신고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개체군은 알래스카와 베링해 연안에서 섭이장(먹이활동을 하는 곳)을 차리는데, 한발 더 나아가 사할린까지 와서 한국계 귀신고래와 섞여 지냈다고 추정할 수 있어요.”
두 개체군이 사할린에서 함께 먹이활동을 하다가 늦가을 무렵에 한국계는 남중국해로, 캘리포니아계는 캘리포니아로 번식을 하러 흩어진다는 가설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일본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귀신고래가 사할린에서 살던 개체였음을 볼 때, 사할린 귀신고래가 모두 캘리포니아계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두 개체군은 똑같은 귀신고래이지만, 유전자 분석에서는 약간 차이가 난다.
둘째는 한국계 귀신고래가 ‘비정기적인 여행’을 떠났다는 가설이다. 일본 오가사와라에 사는 혹등고래는 하와이 집단에 간 것이 보고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바바라도 이런 이례적인 회유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2010년 지중해에서 발견된 귀신고래도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지중해는 귀신고래 서식지가 아니다. 2010년 5월8일 이스라엘 앞바다에서 포착된 귀신고래가 22일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꼬리를 찍은 사진으로 봤을 때 동일 개체가 분명했다. 과학자들은 가장 유력한 가설로 캘리포니아 귀신고래가 러시아 북극권을 횡단해 지중해에 왔으리라고 봤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권의 개빙구역(얼음이 없는 지역)이 생기면서 왕복 3만㎞에 이르는 장거리 여행이 가능했으리라는 추정이다. 18세기 북대서양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북대서양 개체군이 살아남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월 말 바하칼리포르니아를 출발한 바바라는 다시 사할린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바바라는 알류샨 열도에서 머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오리건주립대 해양포유류연구소는 밝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브루스 메이트 소장은 <한겨레>와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바바라의 정기적인 회유 경로라고 믿고 있어요. 바바라는 이미 성적으로 성숙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매년 번식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갈 거예요. 건강 상태만 좋다면 캘리포니아에서 임신을 해서 이듬해 출산을 할 겁니다.”
한국계 귀신고래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러시아, 일본의 포경선들에 의해 남획돼 지금은 130마리만 남았다. 번식 가능한 암컷은 26마리다. 전세계 멸종위기종 고래 가운데 가장 급박한 처지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사할린 연안에서 가스전과 유전을 개발하면서 멸종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해저의 가스·유전 탐사를 하면서 쏘는 음파와 공사·운영 중 소음은 고래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가스전 개발구역에서 귀신고래 서식처는 불과 20㎞ 떨어져 있다.
이번 바바라 연구 결과는 위기에 처한 한국계 귀신고래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준다. 사할린 앞바다에서 한국계 귀신고래와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가 교류한다면, 한국계가 캘리포니아에 가서 번식할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바라가 그 첫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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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귀신고래는 동해에서 1960년대 이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고 1000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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