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능구렁이가 황소개구리 잡아먹듯

등록 2012-04-13 20:52수정 2012-04-18 11:12

민가 근처에 숨어 살며 쥐나 개구리를 잡아먹는 어린 능구렁이. 황소개구리의 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자료사진
\
민가 근처에 숨어 살며 쥐나 개구리를 잡아먹는 어린 능구렁이. 황소개구리의 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자료사진 \
[토요판]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우리나라에서 외래종의 상징은 황소개구리다. 15년 전 이맘때엔 정부가 황소개구리를 상대로 ‘전쟁’까지 선포하고 퇴치에 나선 일도 있다.

최근 중국 과학자들이 황소개구리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저장성에도 1990년대 중반부터 황소개구리가 퍼졌는데 과학자들은 이 문제의 근본부터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외래종이 새 지역에서 기승을 부리는 까닭은 무엇보다 그 지역의 동물이 새 포식자를 겁내지 않기 때문이다. 진화 과정에서 사람을 겪어보지 못한 도도새는 사람 구경을 하러 나왔다 잡아먹혔다. 중국 과학자들은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했다. 외래종은 겁 없는 토종 동물 위에 쉽게 군림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노리는 낯선 천적에게는 취약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저장성 습지에는 토종 천적이 살고 있었다. 바로 능구렁이란 뱀이다.

붉은빛 몸에 검은 띠 무늬가 나 있는 이 뱀은 아시아의 동부와 남부에만 서식하기 때문에 북미 원산의 황소개구리에게는 낯설다. 연구진은 능구렁이와 황소개구리, 토종개구리의 냄새를 누가 알아채는지 실험했다. 그랬더니 토종개구리와 달리 황소개구리는 능구렁이 냄새에 무감각했다. 황소개구리는 작은 뱀을 잡아먹기도 하는데, 능구렁이를 먹이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능구렁이는 혼비백산 달아나는 토종개구리와 달리 이 겁 없는 황소개구리를 주요 메뉴로 삼게 됐다. 저장성의 능구렁이 식단에서 황소개구리는 토종개구리보다 3배 이상 많아졌다.

이 연구로 외래종이 낯선 환경에서 치명적 약점을 드러낼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 그렇다고 중국 저장성에서 토종 천적 능구렁이 때문에 황소개구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황소개구리는 여전히 퍼져나가고 있다. 능구렁이 말고 다른 토착 포식자들은 아직도 이 낯선 개구리를 소 닭 보듯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들여온 외래종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새로운 천적을 들여와 이를 없애려다가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이 연구에서 알 수 있는 건, 해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이다. 온 나라가 황소개구리를 없애자며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능구렁이 등 토종 포식자의 식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연구한 결과는 본 적이 없다.

외래종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적 이유에서다. 일본 왕실의 상징인 금송을 이순신 장군 영정을 모신 아산 현충사에 심었다는 논란이 그런 예이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지만, 생태학적으로 볼 때 금송은 약 2000만년 전 한반도에도 널리 분포했다. 물론 아직 동해가 열리지 않아 한반도와 일본이 붙어 있던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지만.

조홍섭 기자
조홍섭 기자
황소개구리 사태도 간접적으로 정치적이다. 정부가 외래종 소탕을 소리 높여 외치던 때는 자연훼손과 막개발이 극성을 떨던 때였다. 환경 당국은 개발 부처에 밀려 자연보전에 실패한 책임을 ‘애꿎은’ 외래종에 뒤집어씌워 속죄양으로 삼은 혐의를 피할 수 없다. 황소개구리는 보통명사가 됐다. 하지만 채송화나 봉숭아처럼 우리 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식물도 외래종이긴 마찬가지다. ‘익충’, ‘해충’ 등 동식물에게 인간 중심의 선악 판정을 손쉽게 내리는 우리이지만 외래종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다.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자살학생 마지막 문자는 “장례식 오면 가만안둬”
이건희 “한푼도 못 줘…고소하면 고소하고 헌재까지 갈것”
“안철수 입장 빨리 밝혀라”…‘안달복달’ 새누리
새누리, 승자의 변심…김형태·문대성 처리 유보
‘성추행 정직 6개월’ 피디가 MBC 마감뉴스 맡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이진우, 윤석열 폭음 만찬 직후 ‘한동훈’ 검색…11월 계엄 준비 정황 1.

[단독] 이진우, 윤석열 폭음 만찬 직후 ‘한동훈’ 검색…11월 계엄 준비 정황

곽종근 “윤석열, 정확히 ‘의원’ 끌어내라 지시…의결정족수 언급” [영상] 2.

곽종근 “윤석열, 정확히 ‘의원’ 끌어내라 지시…의결정족수 언급” [영상]

[단독] 여인형 메모 속 “ㅈㅌㅅㅂ 4인 각오”는 지작·특전·수방·방첩 사령관 3.

[단독] 여인형 메모 속 “ㅈㅌㅅㅂ 4인 각오”는 지작·특전·수방·방첩 사령관

오늘 퇴근길 최대 10㎝ 눈…입춘 한파 일요일까지 4.

오늘 퇴근길 최대 10㎝ 눈…입춘 한파 일요일까지

707단장 “곽종근, 일부러 소극 대응…내란은 김용현 탓” 5.

707단장 “곽종근, 일부러 소극 대응…내란은 김용현 탓”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