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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위기 동물 보호운동에 후원금을 기부할지 결정하는 기준이 ‘동물의 눈 크기’라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귀여운’ 동물은 하고, ‘그냥’ 동물은 안 하는 거죠. 순종 고양이는 안아주고 잡종 유기견을 보면 돌을 던지는 행태를 보면 정말 그래요. 유기동물도 똑같은 생명입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것처럼요. 다음주는 ‘상어의 눈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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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효범씨는 지난달 24일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다. 귀가 잘린 뒤 유기된 고양이 소식을 트위터로 보자마자 결정한 입양이었다. “귀가 잘린 고양이는 일반 고양이보다 입양 가기 더 어렵잖아요. 주인을 찾지 못해서 안락사라도 당할까봐 바로 결정했어요.”
신씨가 붙인 고양이의 이름은 ‘야리’. 야리는 지난달 1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구름다리 계단 밑에서 지역의 캣맘(고양이 키우는 사람)에 의해 발견됐다. 택배박스 안에서 애처롭게 울고 있던 야리 옆에는 플라스틱 물통과 사료 몇 알만이 들어 있었다. 보통 고양이들은 중성화수술 표지로 귀를 자르긴 하지만 날카롭게 잘려나간 귀는 분명 사람이 학대한 흔적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양시캣맘협의회의 서주연 대표는 야리를 동네의 협력병원으로 보냈다. 야리를 처음 치료한 수의사 손형원(36)씨는 처음 본 사람도 잘 따르는 야리가 반려동물일 것으로 확신했다. “누군가 일부러 자른 게 맞아요. 왼쪽 귀는 날카롭게 잘려나갔고, 오른쪽도 살점이 뜯겨나가 괴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잘라냈어요.”
야리는 신씨와 고양이 세 마리, 강아지 다섯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신씨는 야리를 포함해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두 마리를 입양하기도 했다. 특히 차우차우 ‘청국이’는 대전의 한 보호소에서 홍역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던 걸 신씨가 직접 데려와 치료하고 보살폈다. “유기동물들 성격 있어요. 그래도 사랑을 주면 마음을 열고 알아봐요. 예민하게 굴면요? 이해해줘야죠. 까칠하다고, 못생겼다고 버리는 사람들 정말 나빠요.”
신씨같이 사랑으로 유기동물을 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지만 여전히 유기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호의적이지 않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전국 성인남녀 2030명을 대상으로 한 <201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보고서>의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을 보면 유기동물 입양에 대해 59.2%가 찬성했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고, 연령이 낮을수록, 대도시 거주 화이트칼라 계층일수록 유기동물 입양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유기동물은 질병에 걸려 있을 것 같다’(26.3%), ‘유기동물을 새로운 집에 적응시키기가 어려울 것 같다’(14.9%), ‘새끼를 키우고 싶은데 유기동물은 성견이 많다’(14.8%)는 이유 등으로 입양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22.9%였다.
병들었을까봐, 너무 커버려…
5명 중 1명은 입양에 반대
영국에선 주인자격 깐깐
성인인지, 수수료 냈는지
의무교육 받았는지 점검
보낸 뒤엔 버려지나 학대받나
1주일간 적응과정 지켜봐
영국애견보호단체(Dog Trust)에서 보호하는 유기동물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보호단체는 유기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시작한 지 100년이 넘은 영국 동물보호단체들의 입양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한다. 먼저 영국애견보호단체(Dogs Trust)와 영국동물학대방지협회(RSCPA) 등의 동물보호단체는 각각의 동물에 대한 세세한 기록을 따로 정리해두고 있다. 최선의 입양처를 찾아 파양과 재유기를 줄이고자 동물의 습성과 질병 등을 일일이 파악하기 위해서다. 영국동물학대방지협회에서 지난 1월24일 작성한 혼혈견 ‘플로렌스’의 소개카드를 보면, 플로렌스가 하얀색과 갈색이 섞인 4개월 된 암컷이며, 초등학교 이상의 아이들과 잘 놀 수 있고, 입양하는 집에는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또 운동량은 다른 강아지보다 많이 필요하고, 고양이랑도 잘 지내고, 주인 없이 종일 있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동물 입양에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6주 이상 된 강아지만 18살 이상 성인이 입양하는 방침이 있고, 입양하려면 수수료로 80파운드를 내야 한다. 우리 돈 15만원 정도로, 동물보호단체가 동물을 보호하고 사료를 주고 질병을 관리해온 비용을 입양 주인이 지급하는 방식이다. 동물과 처음 만날 때는 목걸이와 따뜻한 침대와 물통을 준비해오는 것을 권장한다. 또 새 주인은 동물보호단체가 지정한 시간에 동물 입양과 관련한 교육을 의무로 받아야 한다. ‘고양이가 있는 집에 강아지를 들이는 방법’이나 ‘유기동물이 흔히 겪는 분리불안을 극복하는 법’ 등을 교육하는 등 동물과 주인의 행복한 동거를 돕는다.
사후 관리도 철저하다. 입양이 결정되면 동물보호단체의 협력병원에서 4주간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증명서를 발급한다. 새로운 공간, 새 식구들과 잘 적응하는지 입양 뒤 1주일 동안의 동물 행동을 꼼꼼히 기록한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지 못하게 된 반려동물들이 있다면 유기되지 않도록 주인으로부터 양도계약서도 받는다. 주인이 얼마나 오래 그 개를 길렀는지, 중성화수술은 했는지, 방문했던 병원의 주소와 질병 내역은 무엇인지, 함께 살 때 주의사항은 없는지, 훈련 정도는 어느 정돈지, 양도 이후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지까지 은행서류보다 꼼꼼하게 묻는다.
지난 1월 말 영국의 동물보호단체들을 견학하고 돌아온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실장은 국내 입양시스템이 정착하기 위해서 입양과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동물입양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도 유기동물이 많아요. 입양시스템이 잘 정착한 데에는 근본적으로 우리처럼 동물을 (쉽게) 사고팔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고요. 동물입양만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양성해서 입양동물의 재유기, 재학대가 이뤄지지 않도록 사후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죠.”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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