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생명
빅이슈로 번진 제주 남방큰돌고래 야생방사
▶ 동물원은 오늘도 애를 씁니다. 가능하면 야생에 비슷한 서식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죠. 겨울에는 열대에서 온 코뿔소 집에 난로를 달아주고 여름이면 북극곰에게 얼음덩어리를 선물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동물원의 주인공이 관람객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제돌이(왼쪽 사진)의 귀향을 축하하며, 이제는 동물친화적인 동물원을 고민합니다.
제돌이의 운명이 제주 앞바다로 결정됐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제주도에서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도 앞바다에 야생방사한다고 발표했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16일 “내년 3월까지 제주 앞바다에 가두리를 짓고 제돌이를 이곳에 옮겨 야생적응을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제돌이는 험난한 제주의 파도를 헤치고 고향 친구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한겨레>는 현재 터키에서 큰돌고래 톰과 미샤의 야생방사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영국의 동물원 감시단체 ‘본프리’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톰·미샤(모두 12~20살 추정)는 제돌이(11~12살 추정)와 나이대와 수족관 수용기간 등이 비슷해 참고할 만한 사례다.
한편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비용과 현실성을 들며 제돌이 방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돌이와 관련해 최근 제기된 논란을 인터뷰 결과에 기초해 문답식으로 짚어보고 톰과 미샤 사례를 통해 제돌이의 미래를 가늠해본다.
해군기지 겨냥 정치쇼?
장소 미확정 “북동쪽 해안 적절”
1년예산도 지리산 반달곰의 1/5 결국 야생적응 못할 것?
포획 3~4년, 성공확률 더 높아
건강상태·먹이사냥 적응 열쇠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돌이가 한라산과 구럼비가 있는 제주 앞바다에서 마음 놓고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돌이가 구럼비 바위에 방사되는 건가?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은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는 강정동 구럼비 바위를 야생방사지로 선택했다며 제돌이가 박 시장의 ‘정치쇼’에 이용됐다고 주장한다. 돌고래의 생태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남방돌고래는 특정 해역에 서식하지 않고 제주도 연안 1㎞ 안쪽을 빙빙 돈다. 제주항에 방사하든 성산일출봉에 방사하든 구럼비 앞바다에 오게 돼 있다. 박 시장의 발언은 이런 뜻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도 16일 ‘야생방사지를 정한 적이 없고, 이를 위해 제주도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구럼비 바위는 해군기지 공사 소음 때문에 야생방사장 설치 장소로 적당하지 않다. 바다가 잔잔하고 먹이가 풍부해 돌고래 출현이 잦은 구좌읍 등 북동쪽 해안이 맞춤하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돌고래 한 마리 풀어주는 데 너무 많은 세금을 쓰는 것 아닌가?
“서울시는 제돌이의 야생방사 예산으로 8억7000만원을 책정했다. 최종 방사까지 3년을 잡았으니, 한 해에 3억원 정도 드는 셈이다. 대표적인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인 지리산 반달곰의 경우 2004년부터 매년 15억원씩 쓰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반달곰을 포함해 올해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예산은 모두 56억원”이라고 말했다. 다른 복원 예산과 비교해도 많지 않다.”
-수족관에 수용된 지 2년이 지난 돌고래는 야생방사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데?
“1960년대부터 돌고래는 90차례 이상 방사됐지만, 이 과정이 논문에 기록된 경우는 드물다. 남방큰돌고래와 비슷한 큰돌고래의 경우 단 두 개의 논문밖에 없다. 깔끔하게 성공한 사례는 1990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베이 앞바다에 방사된 에코와 미샤다. 포획된 지 2년 된 개체들로 돌고래 야생방사의 모범이 되고 있다. 반면 오스트레일리아 투록스에서 방사된 네로, 밀라 등 9마리는 길게는 9년 동안 잡혀 있었는데, 일부 개체는 브이에이치에프(VHF) 수신기가 떨어져 나가 위치 추적에 실패했고 일부는 되돌아왔다. 이 연구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 수족관 탄생 개체까지 풀어주는 등 실험 조건이 잘 조작되지 않았다는 게 과학자들의 평이다. 여하튼 2년 개체가 성공한 사실은 3~4년째 방사될 제돌이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다. 더욱이 먼바다를 돌아다니는 큰돌고래에 비해 남방큰돌고래는 연안 정주성이어서 방사 뒤 무리에 합류시키기 쉽고, 제돌이는 2009년까지 같은 무리에서 10년 가까이 살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옛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터키에서 진행되는 톰과 미샤의 야생방사에 대해 설명해달라.
“2006년 포획된 톰과 미샤는 길이 17m, 너비 12m의 좁은 풀장에서 ‘돌고래와 수영하기’ 프로그램 등에 4년 동안 동원됐다. 본프리가 2010년 9월 이들을 건네받아 히사뢰뉘 앞바다에 지름 30m의 야생방사장을 설치해 적응을 시키고 있다. 과거 양식장을 개조해 방사장으로 만들었고 해안가에는 물품 보관창고를 지었다. 톰과 미샤는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고작 하루 2㎏의 멸치만 직접 받아먹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양한 생선 7㎏을 톰과 미샤 가까이에서 주지 않고 특별한 도구를 제작해 먼 곳에 떨어뜨린다. 초기에는 냉동생선을, 지금은 갓 죽은 생선을 주고 있다. 점차 살아 있는 생선으로 바꿔줄 예정이다. 톰과 미샤는 생선의 육질과 맛에 민감하게 반응해 연구팀은 조심스럽게 먹이를 바꾸고 있다.”
-언제 최종 야생방사를 하게 되나?
“건강검진을 통해 신체가 단련됐다고 판단되고 산 생선을 잡아먹는 능력이 검증됐을 때 야생방사장에서 내보낸다. 야생 적응이 순조롭게 진행돼서 늦봄에 방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생방사 뒤에는 톰과 미샤에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달아 관찰한다.”
-예산은 얼마 들었나?
“야생방사장과 보트, 먹이보관 창고, 위성위치추적장치, 현지 관리팀 4명과 변호사 비용 등 40만파운드(약 7억원) 정도가 최종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프리 윌리>의 범고래 ‘케이코’와 또다른 방사 성공 사례 ‘스프링거’ 프로젝트에 관여한 해양포유류학자 제프 포스터 박사가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산 먹이를 조달하는 데 가장 많은 비용이 들었다. 이동식 주택을 먹이준비실로 개조했다. 양식장 등 주변에서 바로 먹이를 공급할 만한 곳을 만들어두길 추천한다.”
-제돌이와 함께 불법포획돼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공연중인 돌고래 6마리는 어떻게 되나?
“제주지법에서 23일 제3차 공판을 열 예정이다. 야생방사로 이어지는 몰수형을 검찰이 구형할지 관심사다. 재판부의 최종 판결은 다음달 안에 나올 전망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도움말: 앨리슨 후드 본프리 캠페인국장(톰·미샤 야생방사 총괄), 김현우 고래연구소 연구원(야생 남방큰돌고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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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히사뢰뉘 앞바다에 설치된 야생방사장 물속에서 큰돌고래 톰과 미샤가 헤엄을 치며 놀고 있다. 두 돌고래는 이르면 늦봄에 최종 방사될 예정이다. 제프 포스터 제공
터키 히사뢰뉘 앞바다에 설치된 지름 30m, 깊이 15m의 야생방사장. 제프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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