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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모래언덕이 움직인다 북서풍 타고 괴물처럼

등록 2007-03-07 17:06수정 2007-03-07 20:06

몽골 남부 고비사막 바얀자그 지역에 황토모래가 침식되고 있는 현장. 바람이 불면 훅 날아갈 것 같은 붉은 황토와 자갈만이 뒹구는 이곳은 1980년대 후반까지 고비사막에서 가장 큰 삭사울나무 숲이었다. 그러나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황토가 날아가 사방 1m 안에 무릎높이 삭사울나무가 한두 그루 남았을 뿐이다. 최근 강 684곳, 지류 1484곳, 호수 760곳이 말라버릴 정도로 몽골의 사막화가 심각해져 올봄 황사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얀자그(몽골)/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몽골 남부 고비사막 바얀자그 지역에 황토모래가 침식되고 있는 현장. 바람이 불면 훅 날아갈 것 같은 붉은 황토와 자갈만이 뒹구는 이곳은 1980년대 후반까지 고비사막에서 가장 큰 삭사울나무 숲이었다. 그러나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황토가 날아가 사방 1m 안에 무릎높이 삭사울나무가 한두 그루 남았을 뿐이다. 최근 강 684곳, 지류 1484곳, 호수 760곳이 말라버릴 정도로 몽골의 사막화가 심각해져 올봄 황사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얀자그(몽골)/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황사 발원지’ 고비사막을 가다
1년새 최대 300m 이동…인근 초지·호수 급속 사라져
모래언덕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겨레> 취재진은 지난달 26일부터 일주일 동안 환경부·시민정보미디어센터와 주요 황사 발원지 고비사막을 횡단했다. 움직이는 모래언덕과 바닥을 드러낸 호수들이 즐비했다. 어느 해보다 드센 ‘황사 습격’ 우려가 헛걱정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1980년대 후반까지 고비사막에서 가장 큰 삭사울나무 숲이었던 몽골 남부 바얀자그 지역이 황토모래가 침식돼 붉은 황토와 자갈로 덮였다. 몽골의 사막화는 최근 5년간 강 684곳, 지류 1484곳, 호수 760곳이 말라버릴 정도로 심각하다.
1980년대 후반까지 고비사막에서 가장 큰 삭사울나무 숲이었던 몽골 남부 바얀자그 지역이 황토모래가 침식돼 붉은 황토와 자갈로 덮였다. 몽골의 사막화는 최근 5년간 강 684곳, 지류 1484곳, 호수 760곳이 말라버릴 정도로 심각하다.
고비사막의 남부 멀츠크엘스 지역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모래언덕들은 사막화의 진행과정을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몽골 연구진이 1년 전 모래언덕 가장자리에 꽂아두었던 20㎝ 높이의 돌들과 방책은 북서풍을 타고 이동해 온 모래에 거의 파묻혀, 겨우 끝부분만 드러내고 있었다. 모래언덕이 지난 1년 새 20㎝ 정도 이동했다는 얘기다. 몽골 지리생태연구소의 하울른벡 박사는 “모래가 세워둔 돌과 방책의 높이가 될 때까지 이동을 멈췄기 때문에 그나마 이동거리가 짧아진 것”이라며 “모래 유실방지 장치가 없는 모래언덕은 (같은 기간) 200~300m 정도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래는 이동하면서 풀밭을 덮어 풀을 죽게 하고, 이 모래들이 공기 중에 머물다가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하면 황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비사막 남부의 멀츠크엘스 지역에 설치된 모래유실 방지 시범사업장. 북서풍을 타고 동남쪽으로 움직이는 모래의 이동 속도를 줄여주는 구실을 하는 20㎝ 높이의 돌들이 1년 만에 거의 파묻혀 끝부분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멀츠크엘스/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고비사막 남부의 멀츠크엘스 지역에 설치된 모래유실 방지 시범사업장. 북서풍을 타고 동남쪽으로 움직이는 모래의 이동 속도를 줄여주는 구실을 하는 20㎝ 높이의 돌들이 1년 만에 거의 파묻혀 끝부분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멀츠크엘스/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고비사막 남부 멀츠크엘스 지역에 있는 모래언덕. 바람에 의해 1년에 20cm 정도 움직인다. 멀츠크엘스/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고비사막 남부 멀츠크엘스 지역에 있는 모래언덕. 바람에 의해 1년에 20cm 정도 움직인다. 멀츠크엘스/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멀츠크엘스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인 ‘바얀자그’는 한때 고비지역에서 가장 큰 숲이었다. 지금은 듬성듬성 키작은 나무들만 보이는 황량한 자갈사막이다. 모래와 황토 이동이 심해지면서 1988년께부터 사막화가 시작됐다고 한다. 한창때는 사막기후에서 잘자라는 삭사울나무가 사방 1m 안에 서너그루씩 들어섰지만, 지금은 개체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잘 자라면 3m 높이까지 큰다는 삭사울나무는 겨우 무릎 높이에서 멈췄다. ‘삭사울이 많은 지역’이라는 지명이 무색하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고비사막의 말라버린 호수 모습. 몽골에서는 최근 몇년간 급속도로 강과 호수가 말라붙어 국토의 40%가 사막화하고 있다. 달란자드가드/탁기형 선임기자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고비사막의 말라버린 호수 모습. 몽골에서는 최근 몇년간 급속도로 강과 호수가 말라붙어 국토의 40%가 사막화하고 있다. 달란자드가드/탁기형 선임기자


바얀자그 인근의 오문고비도 만들어버군에 있는 ‘울란호수’는 아예 바닥을 드러냈다. 울란호수는 고비지역에서 가장 큰 호수로, 한때 수심이 에 이를 정도로 수량이 풍부했다. 2000년 이후 완전히 말라, 지금은 붉은 진흙바닥이 커다란 초콜릿 덩어리처럼 쩍쩍 갈라진 채 굳어가고 있었다.

물이 마르면서 초지도 함께 사라졌다. 방목이 어려워진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자미앙허를(44) 만들어버군 군수는 “3천여명에 이르던 군민이 10년새 1천명이나 줄었다”고 했다. 물도 없는 호숫가 마을의 바트후(70) 이장은 “한때 이 근처에서 사람들이 낙타 1만마리를 키우며 살았다”며, 거짓말 같은 사진 두 장을 보여줬다. 1965년도에 찍었다는 사진 속 울란호수에는 억새처럼 생긴 수생식물이 키높이로 무성했다. 몽골 자연환경부 조사 결과, 최근 5년 동안 강 684곳과 그 지류 1484곳, 호수 760곳이 사라졌다.

이런 사막화 현상은 1년에 수십일씩을 황사와 싸워야 하는 몽골주민들에게는 고통 그 자체다. 우부르항가이도 바룽바얀울란군 뱜브도루츠 군수는 “주민들이 1~2년마다 이사를 하면서 살아야 해 힘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하울른벡 박사는 “주민들이 계속 이동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마을이 몽골 전국에 군단위로 195곳이나 된다”고 말했다.

강수량의 절대 부족과 가축의 증가로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몽골의 달란자드가드에서 한 주민이 강한 바람으로 일어난 먼지 속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다. 달란자드가드/탁기형 선임기자
강수량의 절대 부족과 가축의 증가로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몽골의 달란자드가드에서 한 주민이 강한 바람으로 일어난 먼지 속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다. 달란자드가드/탁기형 선임기자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한국에 영향을 주는 황사 가운데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몽골의 사막화가 남의 얘기가 아닌 이유다. 몽골은 이미 국토의 40% 정도가 사막이 됐다. 몽골 지리생태연구소는 이대로라면 전국토의 90%가 사막으로 바뀔 운명이라고 밝혔다.

올해 몽골의 따뜻하고 메마른 겨울은 한반도에 더욱 짙은 황사를 예고한다. 잉흐둡신 몽골 기상청장은 “1962년 이후 처음으로 고비지역에 2월 말에 비가 내리는 등 봄이 빨라졌고, 몽골 전체 면적 중 50%에만 눈이 오는 등 겨울에 눈이 매우 적게 내렸다”며 “몽골의 강우량이 3~5월에 가장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봄 몽골발 황사는 발생 횟수도 늘어나고, 기간도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에서 나무심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시민정보미디어센터 오기출 사무총장도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향후 5년 안으로 해마다 ‘슈퍼황사’라는 재해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며 “사막화 문제를 몽골이나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대처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오문고비도·우부르항가이도(몽골)/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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