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집중하려면, 기온이 떨어지는 저녁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사는 17살 제네시스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낮 동안 집에서 제대로 지낼 수 없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에어컨을 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8~17살, 18명의 미국 캘리포니아 청소년들이 우리나라 환경부 격인 미국 환경보호국(EPA)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11일(현지시각) 시엔엔(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올해 여름만 해도 몇 주 연속 폭염이 꺾이지 않는가 하면 산불이 동시다발로 일어나고 폭우와 토네이도로 인한 피해도 입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누리집에 “캘리포니아는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높은 기온으로 인한 극심한 폭염, 산불, 가뭄 등 극한 기상 현상의 빈도와 심각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청소년들은 이번 소송에서 자동차와 화력발전소 등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오염원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환경보호국이 “(이를 억제하지 않으면) 청소년의 건강과 복지를 위협하는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허용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우리는 산불을 피해 도망치고, 홍수로 집을 잃고, 폭염으로 무더운 교실에서 당황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데 이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생명, 자유, 행복 추구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어린이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을 돕는 비영리 법률단체인 ‘우리 아이들의 신뢰’는 “모든 어린이의 건강과 국민 복지를 위해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오염을 통제하는 임무를 명시적으로 맡은 연방 기관이 바로 환경보호국”이라며 “환경보호국은 기후변화에 대해 정반대의 조처를 하고 있으며 이는 헌법을 위반하고, 의회에서 위임한 권리를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몬태나주 청소년들이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도 지원한 바 있다. 이들은 몬태나주 지방법원으로부터 지난 8월 ‘주정부의 화석 연료 개발 정책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원고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이끌어 내 ‘역사적 승리’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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