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의 활동가 버네사 나카테가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가 시작되는 지난 9월4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에서 기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나이로비/AP 연합뉴스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부터 퇴출해야 합니다. 도랑에 빠졌는데 계속 파면 도랑이 더 깊어져 나오기 힘들어집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파는 것을 멈추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우간다의 기후활동가 버네사 나카테(27)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줌 인터뷰에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꼽았다. 나카테는 “화석연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많은 ‘적응’(기후변화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대응책)과 ‘손실과 피해 기금’(기후위기로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는 국제 기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테는 2019년 1월,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 의회 앞에서 기후파업 시위에 참여하며 기후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업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이 극심한 가뭄, 홍수 등 기후변화 피해를 얼마나 심각하게 입는지 알리기 위해 정기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기후운동을 하면서 세상이 아프리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2020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그레타 툰베리 등 4명의 기후활동가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섰는데, 에이피(AP) 통신은 왼쪽 끝에 있던 나카테만 유독 프레임에 담지 않았다. 그는 당시 “당신은 사진을 지운 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을 삭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지역인 아프리카의 현재는 다른 지역의 가까운 미래이기도 하다. 일련의 활동에 대한 공로로 그는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에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부 기후활동가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총회를 개최하기 적합하지 않다며 보이콧하기도 한다.
“누군가 당사국총회를 ‘모두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 맡은 바 역할을 하는 글로벌 극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었다. 당사국총회가 많은 사람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는 만큼, 반대로 많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내려지는 공간이라고도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 ‘손실과 피해 기금’이 합의됐는데, 많은 사람이 이를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불렀다. 이 기금을 위해 수십년 동안 많은 사람이 동원됐고, 결국 제27차 당사국총회에서 실현됐다.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되지 않은 많은 결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공간 안에서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간다의 버네사 나카테(왼쪽)가 2022년 11월11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라는 팻말을 들고 제27차 유엔 기후 정상회의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샤름엘셰이크/AP 연합뉴스
―당신이 말하는 희망은, 당사국총회에 모이는 정치인들이 말하는 희망과 무엇이 다른가?
“지도자들은 희망을 많이 말하지만 그 말에 행동이 따라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희망에 관해 얘기할 때 우리는 힘을 모으고, 공동체와 협력하고, 조처를 취한다. 성경에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을 희망으로 바꿔본다면, 희망이 지속되고, 영향력을 가지려면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아흐마드 자비르 제28차 당사국총회 의장 지명자는 화석연료 기업의 최고경영자라 논란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가들의 존재가 정말 필요하다. 우리는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린워싱이 아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해야 하며, 협상가들에게 최대한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한다.”
버네사 나카테(왼쪽부터)와 루이자 노이바워, 그레타 툰베리, 이사벨 악셀손, 루키나 틸 등 기후활동가들이 2020년 1월24일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스위스 다보스포럼 현장을 찾았다. 다보스/AP 연합뉴스
―아프리카 소식은 주요 언론 1면에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지만 정작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의 4%에 불과하다. (이제) 미디어에서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전하는 아프리카 활동가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었고,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화석연료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신규 투자를 추진하는 등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만 6억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기본적인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화석연료가 아닌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있는 지역의 약 39%가 아프리카에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세계 투자의 2%만이 아프리카에 투입되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니세프 친선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인상적인 경험이 있나?
“지난해 유니세프와 함께 최악의 가뭄을 겪은 케냐의 투르카나 지역을 방문했다. 한 병원을 찾았는데, 중증 급성 영양실조로 치료를 받는 어린이를 만났다. 그런데 그 어린이는 의료진이 말하는 ‘낭비적 상황’, 즉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실제 그날 해가 질 무렵, 어린이는 세상을 떠났다. 어린아이들이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기후변화는 날씨나 통계를 넘어 정말로 사람에 관한 문제다.”
우간다의 기후활동가 버네사 나카테가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줌 인터뷰에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줌 갈무리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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