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에 위치한 네그루강에 지난달 16일(현지시각) 여객선이 좌초돼 있다. 최근 가뭄이 이어지며 아마존강의 북쪽 지류인 네그루강의 수위는 이날 13.59m까지 떨어져, 1902년 공식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다. 마나우스/EPA 연합뉴스
‘슈퍼리치’로 불리는 전 세계 1%의 최상위 부유층이 배출하는 탄소가 전세계 최빈곤층 50억명이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0일(현지시각) ‘기후 평등: 99%를 위한 지구’ 보고서에서 2019년 기준 지구촌 상위 1%의 슈퍼리치(7700만명)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6%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 인구의 66%를 차지하는 최빈곤층 50억명이 배출하는 양과 같은 수준이다. 소득 기준을 상위 10%로 넓히면 이들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전체 배출량의 절반에 달한다.
옥스팜은 오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시작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캅28)에 맞춰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며 “세계가 기후위기와 불평등이라는 두개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EI)가 내놓은 연구를 바탕으로 2019년 소득 수준별 탄소 배출량을 평가했다. 그 결과, 슈퍼리치라고 불리는 전 세계 소득 최상위 1% 계층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에 투자를 하거나 요트와 전용기를 애용하는 등 탄소 지향적 생활 방식을 고수해 지구 온난화에 큰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슈퍼리치 개인 배출량도 상당하지만 그들이 기업투자를 통해 배출하는 탄소량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라며 “2022년 억만장자 12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이 투자를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평균 300만톤으로 자산 기준 하위 90%에 속하는 개인 평균보다 100만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슈퍼리치 1인당 배출하는 탄소량이 2015년 ‘파리기후협정’ 목표 달성에 요구되는 기준의 22배를 웃돌게 된다. 앞서 국제사회는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지구 표면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전과 대비해 1.5도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제사회가 이 목표를 지키기 위해선 2019년 대비 2030년 탄소 배출량을 약 43% 줄어야 하는데, 이런 추세대로라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슈퍼리치들의 과도한 탄소 배출은 기후변화로 이어져, 폭염과 홍수 등 재난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가 2030년까지 아일랜드 더블린 인구와 맞먹는 13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부의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 홍수로 사망하는 사람이 7배나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특히 여성, 유색인종, 소외계층 등에 집중되고 있다. 옥스팜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퍼리치에 대한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이와 관련 “슈퍼리치 1%의 소득에 60%의 세율을 적용하면 영국의 총 탄소 배출량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으며,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연간 6조4천억 달러)을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임시 총재는 “수년 동안 우리는 수백만 명의 생명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 즉 화석 연료 시대를 끝내기 위해 싸워왔지만 엄청난 부의 시대가 끝날 때까지는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깨닫고 있다”며 슈퍼리치에 대한 부유세 도입이 불평등과 기후 위기에 모두 대처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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