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발주한 용역 보고서에 “(정부가 추진하는) 시에프이가 알이100(RE100)을 대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평가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프이가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와 무탄소에너지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4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확보한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24/7 시에프이 중심) 조사·분석’ 보고서(에너지경제연구원)에는 ‘알이100 이니셔티브 확산 속도 및 그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라며 이런 평가가 담겼다.
알이100은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이니셔티브다. 화석연료를 통해 나온 전력을 사용했어도 추가 요금 등을 내고 상쇄할 수 있다. 한편, 24/7 시에프이는 무탄소 에너지원의 생산과 구매를 24시간 일주일 내내 실시간으로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알이100보다 기술적으로 달성하기 더 어렵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시에프이는 24/7 시에프이의 핵심인 ‘실시간 매칭’보다는 원전, 청정수소,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원을 사용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국내용 시에프이’ 정책은 국내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보고서에는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무탄소 에너지 정책은 오히려 국내 기업에 재생에너지와 무탄소에너지 활용 사이에서 혼란만을 야기”할 수 있다며 “(24/7 시에프이가 아닌)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제도를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라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썼다.
원전 활용을 강조하는 것이 시에프이 이니셔티브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조언도 담겼다. 보고서는 “국제사회에서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할지에 대한 합의된 의견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 원전 활용을 강조하는 식의 정책 방향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고서는 국내용 정책이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고, 확대되기 위해서 △국가 간 협력 및 제도 확산 분위기 조성 필요 △제28차 유엔기후변화총회(COP28) 등 기후 관련 국제회의를 통해 주요 의제로 선정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CF연합(무탄소연합)’ 결성을 제안했고, 정부는 올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총회에서도 주요 국가들과 이를 의제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사의 시에프이 이니셔티브 합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여전하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이용하자’(알이100), ‘실시간 매칭하자’(24/7 시에프이)는 정부가 아닌 기업 쪽 요구로 나온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해외 정부와 (CF연합) 합의를 이룬다고 해서, 해당국 정부가 그 국가에 있는 기업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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